연극제 ‘더 스테이지’서 5일 개막
서울 신촌거리는 지금의 대학로 ‘동숭동 시대’ 이전인 1980년대 초까지 한국 연극의 메카로 이름을 떨쳤다.
1960~70년대 ‘명동 문화’를 이끌던 명동 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이 문을 닫자 많은 예술가가 대학교가 밀집된 신촌으로 몰려들었다. 창무춤터, 민예소극장, 76소극장, 산울림소극장이 신촌에 터를 잡고 ‘명동 시대’에 이어 실험극 중심의 ‘신촌시대’를 꽃피웠다.
패기와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30~40대 초반 연극인이 주축이 된 다섯 연극단체가 소비와 향락의 중심으로 변질한 옛 대학로에 ‘신촌연극’의 부활을 꿈꾸며 도발적인 연극제를 꾸민다. 오는 3월5일부터 여섯 달 동안 신촌의 복합문화예술공연장 ‘더 스테이지’ 무대에 오르는 ‘2011 신촌 연극제-여기가 진짜 대학로 시리즈’이다.
개막작 <아미시 프로젝트>(5일~4월10일)는 지난해 연극 <뷰티퀸>으로 호평받은 극단 C바이러스(대표 이문원)와 노네임씨어터(대표 박용호)가 공동으로 제작하는 한국 초연작이다. 이현정 연출가가 2006년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란케스터의 종교집성촌 아미시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과 살인범을 무조건 용서한 아미시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국 여성작가 제시카 디키의 모노드라마 극을 7인7역으로 재해석 했다.
두번째 작품 <디너>(4월15일~5월8일)는 제목 그대로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중에 오가는 우리들의 일상을 담아낸 미국 작가 도널드 마글리즈의 2000년 퓰리처상 희곡상 수상작품. 이성열(극단 백수광부 대표)씨의 연출로 지난해 9월 신촌 산울림소극장에서 국내 초연돼 호평을 받았다. 올해 3월4~4월3일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앙코르 공연에 이어 극단 맨씨어터(대표 우현주)의 제작으로 신촌무대에도 오른다.
극단 산의 <짬뽕>(5월12일~6월12일)은 1980년 5월 광주의 이야기를 포복 졸도의 웃음과 눈물로 그려낸 블랙코미디극.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작가인 윤정환씨가 짬뽕 한 그릇이 빌미로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고 믿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시선으로 ‘5월 광주’를 풀어냈다.
극공작소 마방진의 <락희맨쇼>(6월18일~7월17일)는 연극과 노래, 만화, 슬랩스틱 그리고 쇼 등 모든 공연예술장르가 들어있는 웃음 종합선물세트 같은 연극이다. 극단 대표 고선웅(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씨가 조선 태조 때 밀주업자가 만들었다는 천상의 마법주 ‘침이슬’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지상 최대의 난장판을 극으로 쓰고 연출했다.
극단 죽도록 달린다의 <청춘, 18대1>(7월23~8월28일)은 1945년 광복 두달 전 일본 도쿄에서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친 18살 청춘들의 이야기를 라이브 연주와 감각적인 대사로 풀어낸 신개념 연극. 연출가 서재형 극단 대표와 한아름 작가는 “싸우지 않는 자, 젊은이가 아니다. 신념보다는 믿음을, 미래보다는 현재를 위해 싸워라”고 이야기한다.
젊은 연극인들이 동숭동 대학로 연극과 다른 신촌 대학로 연극의 맛으로 물질소비문화에 물든 거리 신촌을 문화소비의 중심으로 바꾸려는 무모한 시도에 연극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02)312-994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뮤지컬해븐 제공
젊은 연극인들이 동숭동 대학로 연극과 다른 신촌 대학로 연극의 맛으로 물질소비문화에 물든 거리 신촌을 문화소비의 중심으로 바꾸려는 무모한 시도에 연극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02)312-994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뮤지컬해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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