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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맛깔스런 우리말 동요 “아이들이 쓰러집니다”

등록 2011-03-07 19:52수정 2011-03-07 20:12

최승호(사진 왼쪽) 작가· 방시혁(오른쪽) 작곡가
최승호(사진 왼쪽) 작가· 방시혁(오른쪽) 작곡가
‘…말놀이 동요집’ 낸 최승호·방시혁
최 시인 동시집서 고른 21편에
방 작곡가 만사 제치고 곡 붙여
한글소리가 만드는 재미 한가득

몇몇 포털 사이트에서 내놓은 스마트폰 동요 애플리케이션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아이 부모들이 어릴 적 불렀던, 몇십년 묵은 외국 번안동요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드물게 실린 국내 창작동요 가운데는 우리말과 영어가 뒤섞인, 어른 눈높이에서 쓴 노랫말과 조잡한 선율의 노래도 있었다. 아이가 안쓰러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나온 <최승호·방시혁의 말놀이 동요집>(비룡소 펴냄)에 눈길이 간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1980년대 초 시집 <대설주의보>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이래 우리나라 대표 시인이 된 최승호(사진 왼쪽) 작가, 투에이엠(2AM)의 ‘죽어도 못 보내’,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등 많은 히트곡을 만든 스타 작곡가 방시혁(오른쪽)의 만남.

스물한곡을 하나하나 들어보니 뭔가 다르다. “아야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 “먼저 먹자 먼지 먹자”처럼 우리말의 소리가 만들어내는 재미를 담뿍 담아낸 노랫말은 철저하게 아이 눈높이다. 이를 감싼 선율은 단순명료하면서도 예쁘다. 발매 일주일 만에 2만부나 나간 게 이름값 탓만은 아니다. 2일 만난 최 시인과 방 작곡가의 얼굴에선 엷은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말놀이 동요집
말놀이 동요집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를 보고 ‘말놀이 동시’를 처음 만든 게 2004년이었어요. 소리 글자인 한글의 맛과 멋을 살린 운문시가 드문 것도 아쉬웠고, 아이들 언어 감각을 길러줄 만한 텍스트가 없다는 점도 아쉬웠거든요. 언어는 뜻·소리·글자모양으로 이뤄지는데, 이 모두를 활용한 놀이 같은 시를 써보자 했던 거죠.”(최 시인)

그렇게 해서 2005년 처음 출간된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은 모음·동물·자음·비유·리듬 편 시리즈로 이어져 지금껏 13만부 넘게 팔렸다. ‘허수아비’와 ‘오솔길’은 각각 초3·중1 교과서에도 실렸다. 이번 동요집은 이 가운데 스물한편을 추려 방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해 만든 결과물이다.


“애는커녕 결혼도 안 한 저에게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 처음엔 의아했어요. 그러다 동시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소리의 우연성과 의미 해체 방법론은 가요계에서도 최근 시류거든요. 근데 동시에 이미 있는 거예요. 상상력에 자극이 오더라고요.”(방 작곡가)

방 작곡가가 살펴보니, 아이들은 20~30년 전 어머니 세대 동요를 듣거나, 아니면 가요를 들었다. “아이들도 좋은 음악을 들을 권리가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니 창작자로서 사회적 책무 같은 게 생겼다”고 했다. 가요 작업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의뢰비에도 만사 제치고 달려들었다. 재밌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요에는 통용되는 형식이 있어요. 그런데 애들은 그런 거 모르잖아요. 시가 주는 느낌 그대로 흘러가듯이 곡을 썼는데, 훨씬 쉽고 재밌었어요. ‘도롱뇽’의 경우엔 시를 보자마자 악상이 떠올라 그 자리에서 아이폰에 대고 불러 녹음했다니까요.”(방 작곡가)

“‘도롱뇽’은 아이들이 실제로 가장 좋아하는 시예요. 어른들은 잘 모르지만, 아이들은 배꼽을 잡고 굴러요. 그런데 방 작곡가가 즐거움을 몇배나 증폭시켰어요. 아주 만족합니다.”(최 시인)

방 작곡가는 이참에 동요 전문 유통사 ‘엉클뱅’을 설립하기로 했다. 좋은 동요들을 발굴·유통함으로써 양질의 동요 시장이 만들어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올해 안에 창작동요제를 만들고, 하반기에는 <말놀이 동요집> 애플리케이션도 내놓을 작정이다.

“이번 동요들은 재료의 배합이 참 잘된 비빔밥 같아요. 맛있고 영양가 높은 비빔밥으로 어린 미식가를 길러내는 거죠.”(최 시인)

“미식가를 키우는 작업이 충분히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좋은 귀를 갖추면 커서도 좋은 음악을 찾아 듣지 않겠어요?”(방 작곡가)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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