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장년층에게서 높은 인기를 얻어 연장공연에 들어간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
연극 ‘민들레’ ‘친정엄마’… 40대이상 관객이 대부분
중견배우들 열연도 한몫 “우리세대 얘기라 더 공감”
중견배우들 열연도 한몫 “우리세대 얘기라 더 공감”
지난 5일 오후 3시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를 공연하는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2관. 객석 300석을 거의 40대 이상 중장년 관객들이 가득 채웠고, 60~70대 노부부들도 드물지 않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무덤을 찾아와 못다 했던 지난날의 사연과 지금의 고달픔을 털어놓은 한 남자의 애절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안중기(조재현)가 “왜 나를 두고 먼저 떠났느냐”며 울부짖는 마지막 대목에선 부인의 손을 잡은 채 나이와 체면을 잠시 잊고 훌쩍거리는 중년남성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정보석(49), 조재현(46), 이한위(50)씨 등 영화와 안방극장을 통해 친숙한 비슷한 나이의 중장년 배우들의 열연에 관객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날 공연을 본 윤영옥(51·경기도 안산)씨는 “바로 우리 세대의 이야기라서 더 공감이 갔고 공연 내내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며 “평소 좋아했던 조재현씨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14일 막이 오른 이 작품은 97%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5월까지 연장공연에 들어갔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 작품은 현재 10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찾았다.
20~30대가 주로 찾는 연극·뮤지컬계에 중장년 관객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년의 티켓파워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나 최근 들어 문화적 세례를 받고 자란 40대 이상을 겨냥한 작품 수가 늘어나고 중진배우들의 출연작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국립극단이 11일 개막하는 연극 <3월의 눈>은 40대 이상의 티켓 예매율이 40%를 웃돈다. 지난 세기 한국 연극계를 대표했던 원로배우 장민호(87)씨와 백성희(86)씨 두 사람이 고령에도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에 중장년 관객들의 관심이 일찌감치 쏠리고 있다.
25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친정엄마>(정영숙·전원주·연운경 주연), 지방 순회공연중인 <친정엄마와 2박3일>(강부자·전미선 주연) 등 ‘친정엄마’ 시리즈도 모처럼 연극판을 찾는 엄마와 딸들의 예매로 50대 이상 관객들의 비율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다. 중년 여성의 폐경기를 소재로 해 지금 공연중인 뮤지컬 <메노포즈>와 수녀들이 등장하는 코미디 <넌센세이션>은 30대 이상 관객의 티켓 예매율이 각각 70%와 85%에 이를 정도다. 일반적인 뮤지컬에서 30대 이상 예매율은 30%인데 거의 두배에 이른다. 중장년 관객들의 경우 인터넷보다 전화 예매에 익숙해 실제 예매율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공연 프로젝트 연극열전의 최여정 홍보팀장은 “중장년층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가 점점 새롭게 개발되고 있고,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친숙한 중견배우들이 점점 더 많이 무대에 서면서 중장년 관객들의 공연 관람 추세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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