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박원영(사진 오른쪽)과 기타리스트 이종호(왼쪽)
박원영·이종호 듀오음반 ‘라피아타’
화사하고 단아한 클래식 선율 선봬
화사하고 단아한 클래식 선율 선봬
라피아타. 피아노와 기타의 합성어에다 이탈리아어 정관사 ‘라’를 붙였다. 이름 그대로 피아노와 기타가 만나 클래식 선율을 빚어내는 듀오다. 특이한 건 클래식 기타가 아닌 일렉트릭 기타라는 점.
일렉트릭 기타로 클래식을 연주하는 건 낯선 장면이 아니다. 세계적인 속주 기타리스트 잉베이 말름스틴이 그랬고, ‘한국의 잉베이 말름스틴’이라 불리던 이현석도 그랬다. 하지만 이들도 기본적으론 베이스와 드럼이 리듬 파트를 받쳐주는 밴드 음악이다.
그런데 라피아타에는 베이스와 드럼이 없다. 오로지 기타와 피아노 둘뿐이다. 그렇다 보니 기타 솔로가 나설 땐 피아노가 리듬을 받쳐주고, 피아노 솔로가 나올 땐 기타가 리듬을 깔아준다. 때론 기타와 피아노가 화려한 솔로를 주고받으며 연쇄적인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기타 씨줄과 피아노 날줄로 화사하면서도 단아한 비단을 직조해낸 것 같다.
비단에 아로새긴 선율은 사라사테 ‘카르멘 환상곡’, 리스트 ‘사랑의 꿈’, 모차르트 ‘밤의 여왕 아리아’, 브람스 ‘헝가리 무곡’, 베토벤 ‘론도 카프리치오’ 등 다섯 곡. 여기에 자작곡을 더해 모두 일곱곡을 담은 데뷔 앨범 <라피아타>를 11일 발표한다.
피아니스트 박원영(사진 오른쪽)과 기타리스트 이종호(왼쪽)가 처음 만난 건 2008년. 연세대 음대와 대학원까지 마친 클래식 피아니스트 박원영은 록 음악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에 어느 인디밴드 문을 두드렸다. 학창 시절 잠시 스쿨 밴드를 하다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종호는 오랜 꿈을 위해 10년 동안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같은 밴드를 찾아갔다. 기타는 틈틈이 독학해온 터였다. 하지만 밴드는 제대로 꾸려지지 못했고, 둘은 밴드를 나왔다.
얼마 뒤 서울 영산양재홀이 마련한 기획공연 ‘협주곡의 밤’으로부터 박원영에게 연락이 왔다. 박원영은 피아노와 일렉트릭 기타 협주를 생각해냈고, 결국 둘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을 연주했다. 관객들은 “신선하고 좋았다”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피아노는 음과 음 사이를 움직일 때 끊겨요. 그런데 일렉트릭 기타는 끊김 없이 흐를 수 있거든요. 마치 사람이 노래하는 것처럼요. 피아노가 표현하지 못하는 멜로디 라인을 기타가 보완해주니 잘 맞는 조합이죠.”(박원영)
둘은 클래식을 편곡해 홍대 앞 클럽에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를 우연히 본 기타리스트 이현석은 귀가 번뜩 뜨였다. 그는 음반 제작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도맡았다.
“클래식은 피아노 위주로 쓰여진 곡이라 기타로 연주하면 운지법이 참 어려워요. 그런데 종호는 한음씩 정확하게 짚으려 하거든요. 최고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부족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충분해요.”(이현석) “예전부터 이현석씨를 좋아했는데, 이렇게 인연을 맺고 가르침까지 받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이종호) 라피아타는 12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코리아 타악기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협연에 나선다. 또 27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박원영 독주회에서도 협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클래식 무대든 홍대 클럽이든 어디에서라도 사람들 박수를 이끌어낼 자신이 있어요. 지켜봐 주세요.”(박원영)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클래식은 피아노 위주로 쓰여진 곡이라 기타로 연주하면 운지법이 참 어려워요. 그런데 종호는 한음씩 정확하게 짚으려 하거든요. 최고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부족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충분해요.”(이현석) “예전부터 이현석씨를 좋아했는데, 이렇게 인연을 맺고 가르침까지 받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이종호) 라피아타는 12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코리아 타악기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협연에 나선다. 또 27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박원영 독주회에서도 협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클래식 무대든 홍대 클럽이든 어디에서라도 사람들 박수를 이끌어낼 자신이 있어요. 지켜봐 주세요.”(박원영)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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