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녹아서 사라지는 ‘봄눈’… 우리 인생 같지 않을까요

등록 2011-03-15 20:34

백성희(86·사진 뒤쪽), 장민호(87·앞쪽)
백성희(86·사진 뒤쪽), 장민호(87·앞쪽)
자신의 이름 딴 극장서 공연
“연기가 안보이게 하고팠다”
‘삼월의 눈’ 초연 원로배우 백성희·장민호

“60년 동안 연기생활을 하면서 이번에는 연기를 안 하는 연기, 억제하고 절제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동안 극적인 것을 강조하는 연극을 해왔는데 이제는 그것을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했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해요.”

지난 11일 밤 백성희(86·사진 뒤쪽)씨와 함께 <삼월의 눈> 첫 공연을 마친 노배우 장민호(87·앞쪽)씨는 “우리 이름을 딴 극장에서 보기 좋은 연극을 보여주려고 열심히 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백성희씨도 “연극에서 기립박수가 잘 나오지 않는데 첫 공연부터 관객들로부터 큰 선물을 받아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밝게 웃었다. 평생 연기를 해온 두 배우의 연기론은 한 사람처럼 일치했다. 장민호씨는 “작가가 보이지 않고, 연출이 보이지 않고, 배우의 연기가 보이지 않는 연극을, 그래서 신선하고 자연스러움이 보이는 연극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고, 백성희씨도 “사실은 배우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지 말고 생활을 하라고 그랬다. 그게 가장 사실적인 연극이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삼월의 눈>은 국립극단과 함께 평생 연기 인생을 펼쳐온 한국 현대연극사의 두 ‘살아 있는 전설’이 자신들의 이름을 딴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을 맞이하여 국립극단이 헌정한 작품이다. 첫 공연부터 매진되었고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장씨는 “늙은이들이 땀 흘리는 걸 보고 동정의 박수가 아닌가 한다”고 멋쩍어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구십을 바라보는 늙은 부부가 하나밖에 없는 손자의 빚 때문에 평생 살았던 옛집을 팔고 눈 내리는 삼월 어느 날 요양원으로 떠나는 이야기이다. 연극계의 이야기꾼 배삼식 작가가 두 배우를 위해 쓰고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아 우리 연극계를 대표하는 이름들이 화려한 진용을 짰다. 나이를 합치면 173살에 이르는 두 배우는 이 작품이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하다고 털어놨다.

“삼월의 눈이라는 게 흔히 않은 일이고 눈도 금방 녹아서 없어져버리는 것인데 인생과 마찬가지잖아요. 우리도 나이가 들어서 없어져 버리는 ‘삼월의 눈’ 같은 인생이지 뭐. 우리 이야기 같아요.”(장민호)


“연극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인 지위가 있어? 축적해놓은 돈이 있어? 그냥 열심히 살다가 가는 거 그 얘기 그대로 쓴 것 같아요. 딱 나를 보는 것 같지 뭐. 집안의 자식들을 돌보지 못하는 것은 연극 때문이라고 핑계 대고 다른 짓은 안 했으니까.”(백성희)

한국을 대표하는 대배우들이어도 이름을 딴 극장에서 처음 올리는 공연은 무척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공연을 앞두고 번갈아 감기로 고생을 했다고 한다. 장민호씨는 “두 사람 중에 누가 이변이 생겨서 개막무대에 서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그래도 하늘이 봐주셔서 첫 공연을 하게 되었다”고 감격해했다.

<삼월의 눈>은 20일까지 장민호·백성희씨와 함께 오영수(67)·박혜진(53)씨가 노부부 역을 번갈아 맡고 이호성, 박경근, 최승일, 조주경, 남유선, 정선철, 이선정, 최희진, 최순진씨 등 쟁쟁한 후배 배우들이 함께 선다. 정상영 기자, 사진 국립극단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