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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중년들의 ‘청춘’을 꺼내다

등록 2011-03-16 20:07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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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 40년 ‘이글스’ 내한공연
[리뷰] 결성 40년 ‘이글스’ 내한공연

네 개의 빛줄기가 어둠을 뚫고 당도한 그곳엔 네 남자가 우뚝 서 있었다. 돈 헨리(드럼·64), 글렌 프라이(기타·63), 조 월시(기타·64), 티머시 비 슈밋(베이스·64)은 각자 기타 한 대씩 둘러멘 채 4인조 중창단이라도 된 양 웅장한 화음을 빚어냈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여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아끼지 않았다. 15일 저녁 이글스 결성 40년 만의 첫 내한공연은 그렇게 막을 올렸다.

트럼펫 솔로 연주에 이어 익숙한 기타 전주가 들려왔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는 어느새 황혼녘 야자수에 둘러싸인 호텔이 자리잡고 있었다. ‘호텔 캘리포니아’가 실린 1976년 앨범 표지 그림. “아!” 여기저기서 외마디 탄성이 터졌다. 드럼을 치며 노래하는 돈 헨리의 칼칼한 목소리는 때론 갈라지기도 했지만,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쌓인 듯한 그 틈새가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다.

곡 후반부에 접어들어 유명한 기타 솔로가 시작됐다. 두 마리 용이 서로 몸을 휘감으며 솟아오르듯 두 대의 기타가 솔로를 주고받으며 격정적인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원곡에선 조 월시와 돈 펠더가 호흡을 맞췄지만, 이날 공연에선 탈퇴한 돈 펠더 몫을 객원 기타리스트 스튜어트 스미스가 대신했다. 관객들은 그들의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했다. 연주를 마친 둘은 손을 꼭 붙잡고 서로를 격려했다.

이어지는 곡들에서 이들 네 명은 메인 보컬을 번갈아 맡으며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티머시 비 슈밋은 감미로운 미성을, 조 월시는 카랑카랑하고 거친 음색을 뽐냈다. 주로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던 글렌 프라이는 1972년 첫 스튜디오 앨범 수록곡 ‘위치 우먼’에서의 녹슬지 않은 일렉트릭 기타 솔로를 선보였다. 휴식시간 뒤 2부 막이 올랐다. 멤버들은 1994년 재결성 언플러그드 공연 때처럼 나란히 의자에 앉아 연주하고 노래했다. 공연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이들은 더욱 열정적인 연주를 쏟아냈다. ‘더티 런드리’, ‘펑크 49’ 등 흥겨운 곡들을 연주하자 그때까지 의자에 앉아 있던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리듬에 몸을 맡겼다.

앙코르 무대에서 이글스를 세상에 알린 첫 싱글 ‘테이크 잇 이지’에 이어 유려한 발라드 ‘데스페라도’가 흐르자 중장년층 관객들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 시절 청춘으로 돌아간 듯했다. 인터파크 예매 자료를 보면 40대 이상이 56%, 30대가 28%였다. 세 시간여에 걸친 시간여행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날 공연은 가장 비싼 티켓이 33만원이나 했음에도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공연을 주최한 씨제이이앤엠 관계자는 “이글스 몸값이 워낙 높아 애초 큰 수익을 바라본 건 아니었다”며 “구매력을 갖춘 중장년층이 멋진 경험을 통해 앞으로 공연장을 또 찾도록 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씨제이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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