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창완
일본돕기 자선공연 마련한 가수 김창완씨
크라잉넛·장기하 등 17팀과 내일 홍대앞 무대 오르기로
애도의 시 한편도 직접 써
크라잉넛·장기하 등 17팀과 내일 홍대앞 무대 오르기로
애도의 시 한편도 직접 써
가수 김창완(57·사진)씨가 이끄는 김창완밴드에는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가 있다. 김씨는 일본 대지진으로 낙담하고 있을 하세가와의 어머니를 위로하고 싶었다. 그러다 지진 피해자를 위한 자선 공연을 하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왔다. 후배 음악인들에게 연락을 돌리니 금세 수십명이 몰렸다.
김창완밴드, 크라잉넛, 장기하와 얼굴들, 서울전자음악단, 박기영, 전제덕, 킹스턴 루디스카 등 17팀이 오는 18일 저녁 7시 서울 홍대 앞 브이홀에서 자선 공연을 펼친다. 입장료는 1만5000원. 수익금은 전액 일본 지진 피해자를 돕는 데 쓰인다.
“최근 들어 지구촌에 리비아 유혈사태 등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어 답답했는데, 일본 사람들이 재앙 속에서도 질서의식을 갖고 차분히 대처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희망적인 인류의 미래를 발견했어요. 가족을 떠나보내고도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죠. 그분들께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김씨는 16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본 지진 사태를 보며 2008년 캐나다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동생 창익씨가 떠올랐다고 했다.
“막내가 눈 때문에 사고를 당했는데, 현장에 가보니 동생을 데려간 눈은 흔적도 없이 녹아 없어졌더라고요. 이번에 수만명을 삼켜버린 바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철썩이는 모습을 보니 참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때 생각이 났어요.”
김씨는 그래서 시를 한 편 썼다고 했다. ‘와이 온 어스’(도대체 왜)라는 제목의 시는 “땅은 말이 없이 저기 누워있고/ 바다도 말이 없이 저기 철썩인다”로 시작한다. 김씨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서 서로 껴안을 수 있음을 발견하는 따뜻한 시로 읽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시는 유명 캘리그래퍼(손글씨 작가) 강병인씨의 손글씨로 새기고 액자로 만들어 기금과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음악계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일본 재난 때문에 만들어진 자리지만, 우리 음악인들이 스스로를 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가요계가 침체돼 있는데, 선후배 음악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소통하는 자리가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공연 문의 010-4854-9995, 010-6207-8330.
글 서정민 기자 사진 김명진 기자 westmin@hani.co.kr
유명 캘리그래퍼(손글씨 작가) 강병인씨의 손글씨로 새긴 김창완씨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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