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번째 생일날도 장애인 후원무대
“내 히트곡 적어 더 잘 부르려 노력”
새달 트로트·랩·팝 아울러 단독공연
“내 히트곡 적어 더 잘 부르려 노력”
새달 트로트·랩·팝 아울러 단독공연
뺨을 타고 흐르던 땀이 턱 끝에서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인순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즈 탱고풍 피아노 반주에 맞춰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을 열창했다. 관객들 입이 저도 모르게 벌어졌다. 노래가 끝난 뒤 한 여성이 무대 위로 올라가 휴지를 건넸다. 그제야 인순이는 얼굴을 흠뻑 적신 땀을 닦았다. 둘은 눈을 마주치고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5일 저녁 서울 개봉동 남현교회에서 열린 그의 무대는 ‘좋은친구 주간보호시설 후원의 밤’ 공연. 성인 지적장애인 15명이 낮 동안 이용하는 ‘좋은친구 주간보호센터’ 시설 개선을 위해 출연료 없이 자선공연을 펼쳤다. 휴지를 건넨 이는 이 시설의 김정임 센터장. 인순이와는 초등학교 동창 사이다. 이런 인연으로 전에도 몇 차례 자선공연을 해온 인순이는 다음달 7~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단독공연 준비로 바쁜 가운데서도 친구와 장애인들을 위해 또 한번 나섰다.
인순이는 무대에서 말했다. “세상에 어디 한군데라도 안 아픈 사람이 있겠어요? 몸이 아픈 사람도, 마음이 아픈 사람도 있죠. 그래도 드러나게 불편하신 분, 장애인들을 보면 양보하고 내 가족처럼 보듬어주셨으면 합니다.”
인순이는 얼마 전 방송에서 불러 화제를 모았던 샤이니의 ‘링딩동’을 이날 또 선보였다. 다섯명이 돌아가며 하는 노래와 랩을 혼자 소화해내며 아이돌 가수에 뒤지지 않는 춤 실력도 뽐냈다. 카니발의 ‘거위의 꿈’을 부를 땐 수화를 했다. 앙코르 무대에서 인순이는 “평소 교회에선 성가만 부르겠지만, 오늘은 트로트를 목청껏 부를 기회를 드리겠다”며 ‘처녀 뱃사공’, ‘찔레꽃’, ‘소양강 처녀’ 등으로 이어지는 트로트 멜로디를 구성지게 불렀다. 따라 부르는 관객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가려는 인순이를 김 센터장이 불러 세웠다. “김인순, 오늘 네 생일이잖아.”
하얀 케이크가 올라왔고, 인순이의 머리에 고깔모자가 씌워졌다. 박수를 받으며 촛불을 끈 인순이는 “원래 생일은 공식적으로 쉬는 날이지만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 여기 왔는데, 축하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며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꽃다발까지 안기자 “이게 아닌데, 죄송합니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한 건데…”라며 멋쩍게 웃었다.
“저는 히트곡이 많지 않은 디바예요. 공연 때는 남의 곡으로 반 이상을 메우죠. 내 노래가 아니기 때문에 원래 부른 사람보다 더 잘 부르려고 노력해요. 히트곡이 많아서 자기 노래만으로 공연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내 히트곡이 많았다면 안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는 ‘링딩동’ 연습을 한달 넘게 했다고 털어놨다. “나태함으로 팬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젊은 친구들의 트렌디한 곡도 꼭 하려고 하죠. ‘링딩동’은 정말 쉽지 않은 노래였지만, 팬들을 위해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 이를 악물고 연습했어요. 그래야 살아남으니까요.”
인순이는 최근 화제가 된 문화방송 <나는 가수다>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가슴으로 주고받는 노래를 다시 찾아준 것 같다”며 출연 제의와 관련해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고민중”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달 단독공연 ‘더 판타지아’에서 ‘한국판 라스베이거스 쇼’를 표방하며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을 선사한다. 자신의 히트곡은 물론 ‘링딩동’, 추억의 롤러스케이트장 음악, 트로트 메들리 등을 들려주고, 뮤지컬 <시카고>와 <페임>을 일부 재현하는 무대도 선보인다. 인순이는 “3대가 같이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588-155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인순이는 최근 화제가 된 문화방송 <나는 가수다>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가슴으로 주고받는 노래를 다시 찾아준 것 같다”며 출연 제의와 관련해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고민중”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달 단독공연 ‘더 판타지아’에서 ‘한국판 라스베이거스 쇼’를 표방하며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을 선사한다. 자신의 히트곡은 물론 ‘링딩동’, 추억의 롤러스케이트장 음악, 트로트 메들리 등을 들려주고, 뮤지컬 <시카고>와 <페임>을 일부 재현하는 무대도 선보인다. 인순이는 “3대가 같이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588-155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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