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익스프레스
현지 언론·뮤지션 찬사에 자신감
박은석 평론가 서울소닉 투어 동행
지난 5일 저녁 인천공항에서 20명의 젊은이들이 귀국 기념촬영을 했다. 환영 인파나 축하 펼침막 따위는 없었다.
그들의 얘기를 다큐멘터리 영화에 담아내기 위해 기다리던 카메라맨 하나가 지켜봤을 뿐이다. 4주간 북미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서울소닉 밴드와 스태프들은 그렇게 일정의 대미를 장식했다. 떠날 때 그랬던 것처럼 조용하게, 서로를 격려하며 조촐하게. 그것만으로 족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결실은 이미 그들의 머리와 가슴속에 뚜렷이 각인돼 있었으니까.
서울소닉은 한국 대중음악을 외국에 소개하기 위한 프로젝트 명칭이다. 아이튠스 등에 음악을 공급하는 에이전트 회사 ‘디에프에스비 콜렉티브’가 마련한 기획으로, 음원을 통한 간접적 경로에 공연을 통한 직접적 방식을 더해 국내 뮤지션·밴드들의 외국시장 진출을 촉진한다는 야심찬 의도였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사진), 비둘기우유, 이디오테입이 참여한 이번 북미 투어가 바로 서울소닉의 첫 작품이었는데, 국내 록 밴드들로서는 사상 최초의 장기 합동 외국 공연여행이기도 했다. 필자는 그들의 여정을 관찰하고 기록하고자 거기 동참했다.
이들은 지난 3월8일 서울을 떠나 4주 동안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의 오스틴·뉴욕·샌디에이고·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모두 10차례 합동공연을 펼쳤다. 비즈니스 콘퍼런스와 록 페스티벌이 결합된 형태의 두 행사인 ‘캐나디언 뮤직 위크’와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를 거시적 목표의 거점으로 삼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클럽에서 밀착적 홍보 작업을 병행하는 일정이었다. 지구를 두 바퀴 반 돌고도 남는 거리를 이동하며 치러낸 긴 여행. 이쯤에서 사람들은 아마 결과를 묻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성공했느냐?”고 말이다.
굳이 대답해야 한다면 그렇다고 얘기할 것이다. 공연은 매번 현지 관계자와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았고, 일부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특별한 문제 없이 투어를 마무리했으니까. 이디오테입의 무대는 캐나다 최대 판매부수의 일간지 <토론토 스타>로부터 ‘캐나디언 뮤직 위크’ 최고의 공연 가운데 하나로 꼽혔고,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비둘기우유는 전설적인 클럽 록시와 니팅 팩토리의 엔지니어들로부터 칭찬을 받기에 바빴으니까.
그러나 진짜 중요한 소득은 따로 있었다. ‘성공적’이라는 의례적 수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험적 가치를 얻은 것이다. 요컨대, 서울소닉은 우리 음악을 외국에 알리는 표면적 활동만큼이나 우리 음악인들이 외국을 알아가는 부수적 효과에 주목했고 그에 상응하는 결실을 얻었다. 우리 음악이 어느새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자신감과 한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는 현실감이 균형을 이루는 인식의 성숙을 체득한 것이다. 꿈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루어 가는 것이라는 각성과 더불어. 그러므로 서울소닉의 북미 투어는 지금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글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사진 서울소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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