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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귀로 듣는 미술품 보실래요?

등록 2011-04-11 19:25

귀로 듣는 전시에서 연기자와 관객들이 나누는 대화도 미술작품이다. 퍼포먼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작가 김홍석씨.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귀로 듣는 전시에서 연기자와 관객들이 나누는 대화도 미술작품이다. 퍼포먼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작가 김홍석씨.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의자·돌·물·사람·개념 소재
배우-관객 대화 나누는 과정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완성
설치작가 김홍석 ‘평범한 이방인’전

갑자기 미술이 말을 걸어온다.

“안녕하세요. 돌로 이뤄진 저의 미술 작품에 대해 설명할까 합니다.” “물에 대한 미술을 알아볼까요.”

관객들이 당황한다.

“물은 형태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각화되기 어렵고 이런 이유로 해서 추상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저의 눈물 작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릴까 합니다.”

미술이 천천히 ‘눈물을 흘리자’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2층에서 요즘 열리고 있는 한 전시회의 낯선 풍경이다. 넓은 전시장에는 아무 작품도 없다. 띄엄띄엄 앉은 다섯명의 사람들과 몇 개의 의자들뿐이다. 이 독특한 풍경은 조각, 설치, 영상,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미술 매체를 다뤄 온 작가 김홍석(47)씨가 지난 9일부터 시작한 개인전 ‘평범한 이방인’의 일부다. 2000년대 초부터 광주비엔날레, 베네치아비엔날레 등 국제적 미술행사에서 실험적 작품들을 선보여 온 그가 이번엔 눈 대신 ‘귀로 듣는’ 작품을 내놓았다. 최근 새롭게 제안한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다.

관객이 전시장 군데군데 앉은 다섯 명의 연기자(퍼포머: 연극배우 최보광, 장소연, 류선영, 김윤아, 김경범씨) 가운데 한명 앞에 앉으면 작품이 시작된다. 그들은 정해진 대본에 따라 관객에게 의자와 돌, 물, 사람, 개념이라는 다섯가지 소재를 이야기한다. 연기자와 관객들은 뒤이어 대화를 나누고 그 모든 과정이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완성된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대에 와서도 돌, 물, 사람, 의자, 개념은 여전히 미술가들이 고민하는 소재입니다. 이번 전시는 2년 전부터 고민한 것인데요, 돌 이야기를 통해 물질로 될 수 있는 미술을 상징적으로 설명했고, 형태화할 수 없는 물과 개념으로 어떻게 미술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습니다. 또 사람과 같이 할 수 있는 미술이 가능할까도 고민했구요.”

그렇지만 모험적이거나 실험적인 작업은 아니라고 작가는 강조했다. 가령, 전시장에 가지 않아도 다녀온 이웃에게 묻고 대답을 듣는 식으로 ‘입으로 전시 내용과 감상을 주고받는 일’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이다. 이번 작업도 그것을 잠깐 미술관으로 옮겼을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시장에서 듣는 작가의 텍스트 내용이라기보다는 연기자와 관객의 만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연기자와 관객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새 작품으로 발전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행복감을 맛본다”고 털어놨다.

전시장을 찾은 조각가 안규철(56·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씨는 “현대미술에서 작품뿐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나 개념 같은 언어적인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순전히 언어로만 구성된 가상의 작품을 설정해놓고 그 이야기만으로 미술이 성립하는지를 보려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1일까지. 14일에는 작가로부터 직접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가 열리며 주일우(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성기완(계원디자인예술대학 전임강사)씨 등의 초청 강연도 함께 진행된다. (02)739-7067~8.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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