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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울림과 스밈] ‘월디페’ 사태와 음악인 권리

등록 2011-04-12 19:26수정 2011-04-13 15:47

서정민 기자
서정민 기자
다음달 6~8일 경기 양평에서 열리는 야외 음악축제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하 월디페)이 구설에 올랐다. 월디페가 지난 1일 공모로 선정한 출연진 밴드 35팀에게 “출연료는 없으며 교통비 10만원만 지원한다”는 메일을 보내면서부터다. 몇달 전 공모를 진행할 당시엔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출연진을 명기한 포스터 제작까지 마친 뒤에야 뒤늦게 통보를 해온 것이다.

음악인들은 반발했다. “이럴 작정이었다면 처음부터 밝히고 공모했어야지”, “유명하지 않은 음악인들은 출연료 안 줘도 ‘얼씨구나’ 하고 달려올 줄 알았나”, “무대에 세워주는 걸 시혜로 아는가” 따위의 성토가 이어졌다. 그들은 정식 섭외한 국내외 출연진에겐 출연료 상당액을 준다는 사실을 전해듣고는 더욱 씁쓸해했다. 결국 니나노 난다, 서영도 일렉트릭 앙상블, 가자미소년단 등 15팀 이상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섭외 출연진 가운데서도 캐스커, 허밍 어반 스테레오, 김민준 등이 “뜻을 같이하겠다”며 동조하고 나섰다. 이런 사실이 트위터를 통해 알려지자 다른 많은 이들도 월디페를 비난했다.

월디페를 주최하는 문화기획집단 상상공장의 류재현 감독은 지난 6일 사과문을 낸 데 이어 11일 저녁 공모 선정 출연팀들과 간담회를 열어 설득에 나섰다. 간담회를 거부한 이들에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그는 “소문과 달리 지자체로부터 돈을 받는 게 아니며 비용 조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공모 출연진에게는 출연료 지급이 어렵다”며 “다만 처음부터 밝히지 못한 건 명백한 실수이자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류 감독은 또 “원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순수한 취지에서 공모한 것”이라며 “돈을 떠나 그들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맞춰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끝내 반쪽 행사로 이어질지, 당사자들 간 화해로 봉합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문제는 이런 일이 월디페 하나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음악축제들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지만, 음악인들에 대한 처우는 상당히 열악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외국 유명 음악인 섭외에는 고액을 쏟아붓는 반면, 국내 인디 음악인에겐 최소한의 출연료만 주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무대 뒤 대기실까지 차별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인디 레이블 관계자는 “인디 음악인들을 파트너가 아니라 들러리 취급하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고 말했다.

월디페 사태를 계기로 지난 주말에는 인디 음악인, 레이블 대표, 서울 홍대 앞 클럽 운영자 등이 만나 머리를 맞댔다. 6월 중순께 ‘음악인 권리 찾기’ 축제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음악축제 출연료뿐 아니라 디지털 음원 수익 배분, 저작권료 지급 같은 불공정한 현실 개선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단합이 잘 안 되고 좀처럼 행동에 나서지 않던 음악인들도 지난 1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 추모공연 이후로는 좀 달라진 것 같다. 뜻을 같이하는 음악 소비자들도 힘을 보태면 어떨까?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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