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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연탄재 걷어차지 마라…그림 재료다

등록 2011-04-12 19:30

유진숙 작가
유진숙 작가
유진숙 작가 개인전 ‘블랙북’
“새까맣게 타버린 마음 표현”
유진숙(34)씨는 2005년부터 연탄재를 재료로 그림 작업에 매달려온 독특한 여성 작가다. 그가 지난 4일부터 서울 홍대 앞 갤러리 아우라에서 개인전 ‘블랙북’을 열고 있다.

“대학 3학년 때 실연을 당해 새까맣게 타버린 가슴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려고 했어요. 물감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어 고민하다가 생각난 게 연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까만 연탄을 캔버스에 붙여보았다가 어느 날 문득 버려진 연탄재가 눈에 띄었어요. 아크릴 물감과 섞어보니까 그동안 본 적이 없는 기묘한 색깔과 느낌이 나더군요. 그때부터 연탄재의 매력에 빠졌어요.”

지난 주말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연탄재가 창조하는 색깔과 느낌은 제가 작업하려고 하는 이야기 그림과도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절망 끝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소멸 뒤에도 재탄생을 꿈꾸는 작품 이미지가 한때 사그라진 연탄이 새롭게 그림의 질료로 거듭나는 것과 닮았다는 것이다.

모두 37점이 내걸린 전시장의 그림들에는 세상의 부조리와 인간의 사랑, 욕망, 소외 등을 표상한 풍경, 사람들 이미지가 다 타버려 온기가 사라진 연탄재처럼 켜켜이 쌓여 있다. 아크릴 물감 위에 덧칠 된 연탄재의 미묘한 색깔과 질감으로 빚어낸 그림 속 풍경은 선명하지 않고 몽환적이다. 노인과 한물간 매매춘 여성, 실연당한 남자, 사랑이 식은 남녀 등 그림에 등장하는 소외된 인생들의 모습은 다 타버린 연탄재와 묘하게 어울린다. 지(G) 20 정상회의를 빗댄 ‘왕들의 축 방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검을 그린 ‘노인과 새’, 게이들 사랑을 이야기하는 ‘남자를 사랑한 남자’ 등에서 사회 현실과 소외된 이들에 대한 애정과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있다.

작가는 “‘연탄재 작업’이 굉장히 고되고 건강에도 좋지 않지만 물감으로는 흉내 내지 못하는 색깔과 느낌을 버릴 수가 없더라”고 털어놓았다. 처음 시도할 당시엔 작품이 손에 묻고 그림을 사려는 컬렉터들과 화랑들로부터 ‘보전성 문제가 있으니 재료를 바꿔보라’는 충고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엄청난 실험을 거친 끝에 이제는 손에 묻지 않고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비법을 터득했다”고 유씨는 웃었다. 15일까지. (02)334-6750.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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