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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디지털 만난 비디오아트 ‘6차원 사기’로 진화하다

등록 2011-04-21 19:26

‘미디어스케이프…’전에서는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인터미디어 개념의 출품작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위부터 서울역 앞 미디어 캔버스에도 일부 상영중인 백남준 ‘모음곡 212’, 김기철의 ‘사운드 드로잉’, 양민하의 ‘묵상 0401~’.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미디어스케이프…’전에서는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인터미디어 개념의 출품작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위부터 서울역 앞 미디어 캔버스에도 일부 상영중인 백남준 ‘모음곡 212’, 김기철의 ‘사운드 드로잉’, 양민하의 ‘묵상 0401~’.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백남준과 제자들의 미디어아트 작품 전시
TV 64대로 만든 ‘W3’ ‘스크린 오류’ 등 눈길
‘미디어스케이프, 백남준의 걸음으로’전

그는 ‘세기의 사기꾼’이었다. 내뱉은 말을 보면 그랬다. “나의 실험적 텔레비전은 ‘완전 범죄’를 가능케 한 최초의 예술작품이다.(1964)” “만약 현대예술이 고등 사기라면, 비디오는 5차원의 사기인 것이다.(1986)”

그는 예언가이기도 했다. “콜라주가 유화를 대체하듯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1974)”라고 장담했다.

이런 별칭을 지닌 ‘미디어아트 개척자’ 백남준(1932~2006)의 작품 세계와 그의 젖줄에 기대어 자란 후대 작가들의 실험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5일부터 시작한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의 ‘미디어스케이프, 백남준의 걸음으로’전. 지난달 취임한 박만우(52) 관장의 첫 작품인 이 기획전에는 김기철, 크리스틴 루카스, 빌 비올라 등 국내외 작가 15명이 참가했다. 백남준의 조력자(어시스턴트)로 활동했거나 1980년대 그의 비디오 수업을 들었던 후예들이 주로 나왔다.

1층 1전시장을 들어서자 백남준이 명명한 ‘전자 초고속도로’의 현란한 이미지들이 눈에 띄었다. 컬러티브이 64대가 벽면에 지그재그로 설치된 멀티모니터 작품 ‘W3’이다. ‘WWW(웹) 세상’으로 대표되는 초고속 네트워크 사회의 웹 문화 유행을 암시하며 1994년 발표한 작품이다. 백남준은 1974년 미국 록펠러재단의 후원으로 쓴 논문 ‘후기 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기획’에서 전자 초고속도로(일렉트로닉 슈퍼 하이웨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생전 “빌 게이츠가 내 아이디어를 훔쳐갔다”고 농담했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2층을 오르면 열대 숲과 티브이들이 뒤섞인 거대한 정원이 보인다. 그의 대표적 설치작품인 ‘티브이 정원’이다. 열대 숲의 원시적 생명력과 비디오 판타지의 리듬이 주파수를 맞추면서 생명의 박동을 전한다. 정원 사이 사이 최승훈·박선민씨가 함께 작업한 ‘수풀 사이로’ ‘장님물고기’ 등 5개의 비디오 작품이 함께 설치돼 선후배 작품 상호간의 가벼운 침입과 간섭을 연출한다.

여러 대의 ‘티브이 의자’와 ‘모니터 샹들리에’ 등으로 꾸민 ‘티브이 의자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 코너는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아는가? 언제쯤 대부분의 미술관에 티브이 의자가 놓이게 될지를?” 기상천외한 작품 행렬은 계속된다. 1975년 미국 케이블 채널에서 정규방송 뒤 상영된 5분짜리 비디오물 30개로 구성된 ‘모음곡 212’와 관객이 직접 자석으로 모니터 영상을 변환시킬 수 있는 ‘자석 티브이’, ‘닉슨 티브이’ 등이 시선을 잡아끈다. ‘모음곡 212’의 한편은 30일까지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 외벽에 설치된 거대한 미디어 캔버스를 통해 감상할 수도 있다.

2전시관은 백남준과 인연 맺은 후배들의 작업 모음. 조안 힘스커크와 더크 페즈먼스로 구성된 작가그룹 ‘조디’는 엘이디(LED) 모니터가 오작동하는 ‘스크린 오류’를 선보인다. 힘스커크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백남준의 비디오 수업을 들으며 “텔레비전에 반격하라!”는 가르침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작가다. 사운드 아티스트 김기철은 보이지 않는 소리를 그리는 작업 ‘사운드 드로잉’에 도전했다. 엘피 음반처럼 보이는 4개의 턴테이블 위에 전도체 흑연으로 그림을 그리면 주파수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도록 고안한 사운드 설치물. 관람객이 “아방가르드 예술” “존 케이지”라고 외치는 백남준의 목소리를 그려볼 수 있다. 거장 빌 비올라는 관람객이 이미지와 사운드 속에 파묻히도록 만든 영상 작품 ‘인포메이션’(1973)과 ‘마지막 천사’(2002)를 내놓았다. 비디오를 자아인식의 힘을 높이는 통로로 활용해온 그 또한 1975년 백남준이 ‘과달카날 레퀴엠’을 제작할 당시 촬영감독으로 일한 바 있다.


전시에 맞춰 ‘백남준 라이브러리’도 문을 열었다. 백남준 관련 서적 2500여권과 미디어 자료 500여개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7월3일까지, 무료. (031)201-8512.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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