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한 무대서 연주하면 부모 자식 원수된다고?

등록 2011-04-26 19:56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 사샤, 미샤 마이스키,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 사샤, 미샤 마이스키,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
마이스키 패밀리 공연 새달 15일
첼로·바이올린·피아노 ‘삼중주’
아시케나지 부자는 10월에 내한
가족애 담긴 ‘감동의 하모니’ 선사
클래식계 불문율 깬 가족 음악가들

클래식 음악계에서 형제자매끼리의 앙상블은 흔하지만 부모 자식간 앙상블은 드물다. ‘부모와 자식이 결코 한 무대에 서지 않는다’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 부모가 대가로 추앙받거나 자식이 같은 악기를 다루는 경우 이런 원칙은 더욱 강하게 적용된다. 나란히 세우면 적나라하게 실력이 비교돼 한쪽이 다른 쪽 그늘에 가려지기 십상인 탓이다. 부모 자식간은 태생적으로 상하 관계인 만큼 수평적인 형제자매간보다 우열을 가리는 평가에 한층 민감해진다. 피아니스트 김용배씨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우스갯소리를 한 적도 있다. “부모 자식이 원수가 되려면 같은 악기를 하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내와 딸이 똑같이 플루트를 전공하는 바람에 원수가 됐다.”

이런 불문율을 깬 대가들의 공연이 찾아온다. 5월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미샤 마이스키 패밀리의 트리오 콘서트와 10월12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아시케나지 부자의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이다. ‘첼리스트의 아이콘’ 미샤 마이스키(위 가운데)는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오른쪽),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 사샤(왼쪽)와 함께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1번>,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사라사테의 <8개의 스페인 춤곡>가운데 ‘플라이에라’(Playera), 카사도의 <사랑의 속삭임>등을 연주한다. 아시케나지 부자(아래 왼쪽)는 라벨의 <라 발스>(La Valse), 보로딘의 <폴로베츠인의 춤>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오랫동안 가족 앙상블을 꿈꿔온 미샤 마이스키도 자녀들과 한 무대에 서는 데에는 신중을 기했다. 자녀가 위화감을 덜 느끼도록 첼로가 아닌 다른 악기를 선택하게 했고, 그들의 음악성이 적당히 성숙한 뒤에야 비로소 한 무대에 섰다. 그의 남은 꿈은 두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여섯살 아들에게 비올라를 가르쳐, 10년쯤 뒤 패밀리 쿼텟(가족 사중주)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시케나지 부자
아시케나지 부자
아시케나지 부자는 조금 다르다. 두 사람은 같은 피아노를 연주한다. 물론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도 전성기에는 아들 보브카와 결코 한 무대에서 연주하지 않았다. 아들이 비교당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년 전 손가락 관절염으로 “독주 무대에서 은퇴하고 지휘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한 뒤부터는 듀오 무대를 지속해왔다. 전설적 피아니스트였던 아버지가 아들의 명성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쉽게도 10월 무대에서 그의 독주는 감상할 수 없다. 모두 아들과 함께하는 연탄곡 또는 듀오곡으로 연주할 예정이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씨와 지휘자 수업중인 셋째 아들 정민씨의 경우도 아시케나지 부자와 비슷하다. 정씨는 피아니스트를 접고 지휘에만 전념해왔으나, 아들이 악단을 지휘할 때만큼은 피아노 협연자를 자처한다. 홍보와 매표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부모 자식간 앙상블이 또다른 의미를 지니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인 원전음악 전문연주자인 지기스발트 쿠이켄은 2008년 내한 당시 바로크 오케스트라 ‘라 프티트 방드’를 이끌면서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인 딸 사라 쿠이켄과의 합주를 들려줬다. 이들의 합주는 ‘경쟁’이나 ‘비교’보다 ‘계승’의 성격을 띠면서 감동을 배가시켰다. ‘더블베이스 패밀리’로 불리는 성민제와 여동생 성미경, 아버지 성영석(서울시향 더블베이스 단원) 가족이나 ‘가야금 모녀’인 이하늬, 언니 이슬기, 어머니 문재숙(이화여대 국악과 교수·중요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 가족은 같은 악기 세 대의 독특한 편성으로 ‘화합의 음악’을 선사해왔다.

대가들의 가족 연주회는 감상법도 기존 음악회와 좀 다르다. 기량을 따지기보다 가족애가 어떻게 음악적으로 구현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 특별한 하모니가 가슴을 울릴 것이다. 김소민 음악·공연 칼럼니스트


lafermata@naver.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