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씨의 신작 ‘결-하루’(왼쪽)는 나무 결을 살린 소나무 판에 단청·자개 기법을 섞어 한국 여인의 하루를 정감있게 담아냈다. 강운구씨의 1984년 작 <능>(오른쪽). 경주 노동동 고분군의 자연스런 곡선과 배경 산들이 어울려 수채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사진 갤러리현대, 강운구 제공
김덕용, 단청·자개기법의 작품들
고향집·유년 추억 담은 풍경 따뜻
강운구, 흑백 버리고 첫 컬러사진전
신라 고도 경주 배경…문화유산 응시
고향집·유년 추억 담은 풍경 따뜻
강운구, 흑백 버리고 첫 컬러사진전
신라 고도 경주 배경…문화유산 응시
까무러치도록 빠른 속도의 세상이다. 새것만을 고집하다보니 오래되고 낡은 것이 쉽게 사라진다. 그러나 오래된 것에는 시간이 곰삭혀놓은 아름다움과 멋이 있다. 그래서 더 귀하고 정겨울 수 있다. 켜켜이 쌓여 있는 시간의 더께를 들춰내 추억과 사연을 만나는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묵은 된장맛 구수한 풍경들 김덕용 작가는 20년 넘게 낡은 나무에 기억과 시간을 담아내는 작업에 매달려왔다. 그의 작품을 보면 기억 저편에 아련하게 남아 있는 옛 추억과 정서가 스멀스멀 피어난다. 옛 고향집의 대문과 장독대, 고옥 뒤의 우거진 대숲, 시골 초등학교 시절의 동무들, 한복 차림이 몹시 고왔던 어머니….
그가 지난 20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개인전 ‘시간을 담다’를 열고 있다. 시골 고향집과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는 풍경시리즈와 책 시리즈 등 소품을 포함해 어머니, 달항아리 등 몸집이 큰 신작 50여점이 다양한 감성으로 관객을 맞는다.
“세월을 타 바스라진 듯한 느낌을 좋아합니다. 묵은 맛, 된장을 좋아합니다. 내 손에 들어오면 묵은 맛이 나는 것 같아요. 무엇이든 오래된 느낌이 나게 하는 건 자신있습니다.”
작품에는 작가가 나무의 결이 주는 자연스러움과 따뜻함을 살리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그는 시골을 돌아다니며 폐가의 반닫이나 장롱을 뜯어 나온 옛 나무판이나 새 소나무를 구해서 깎고 다듬고 사포질을 한 뒤 칼로 밑그림을 새겨놓은 바탕 위에 단청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창가에서 소년이 밖을 바라보는 모습, 흐드러지게 핀 매화나 대숲의 풍경, 차고 이지러지는 달, 반닫이 위에 놓인 달항아리 그림은 나무의 결 하나하나에 숨결을 불어넣은 노력의 산물이다. 최근에 그는 그림 위에 자개를 놓고 옻칠을 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풍성한 한복을 입은 어머니 시리즈, 자운영 시리즈, 흘러가다 시리즈 등은 자개가 주는 화려하면서도 은근한 느낌이 있다. 5월15일까지. (02)519-0800.
한국의 미·정체성 찾는 여행 중견 사진작가 강운구씨는 “호흡이 긴, 더는 눌러담을 수 없어 넘칠 때에라야 마지못해” 작품을 선보이는 고집센 인물이다. 지난해 칠순을 맞았고 사진작가로 살아온 세월이 사십년이 넘었지만 겨우 네차례 개인전을 열었을 뿐이다.
그가 부산의 고은사진미술관 초대로 지난 16일 다섯번째 개인전 ‘오래된 풍경’을 열었다. 100점이 넘는 컬러사진으로 꾸며진 이번 전시는 신라 천년 역사로의 여행이다. 신라의 고도 경주를 배경으로 ‘신라 능’과 ‘삼국유사’, ‘경주남산’으로 구성된 역사 3부작이 그림같이 펼져진다. 1985년부터 경주 시내에 분포해 있는 신라시대의 왕릉을 비롯한 크고 작은 능과 경주 남산 일대에 흩어져 있는 불적, 승려 일연이 기록한 신화적인 장소를 헤매며 기록한 것들이다.
그는 작품에서 천년 동안 신라의 터전으로 존속했고, 그로부터 천년이 지난 지금도 경주와 남산은 살아 있음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다운 풍경을 보여주려는 뜻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특징, 우리나라의 문화 유산에서 드러나는 과거 등을 보면서 현재를 반성해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흑백 사진을 고집했던 그가 처음으로 슬라이드 필름으로 재현된 컬러 사진을 선보였다. “천년 전의 신라는 지금보다 하늘이 맑았고 공기가 투명했고, 태양이 빛났을 것입니다. 그런 상상에 맞는 고대의 빛깔을 내려고 노력하다보니 짙고 깊은 색감의 사진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색의 작품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번뜩이지 않고 능의 유려한 곡선, 천년 부처의 자연스런 미소와 어우러져 그윽함과 깊이를 느끼게 한다. 전시회에 맞춰 최근 여섯번째 사진집 <오래된 풍경>(열화당)이 나왔으나 오리지널 사진의 멋은 역시 전시회에서 맛볼 수 있겠다. (051)746-005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이번 전시회에서는 흑백 사진을 고집했던 그가 처음으로 슬라이드 필름으로 재현된 컬러 사진을 선보였다. “천년 전의 신라는 지금보다 하늘이 맑았고 공기가 투명했고, 태양이 빛났을 것입니다. 그런 상상에 맞는 고대의 빛깔을 내려고 노력하다보니 짙고 깊은 색감의 사진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색의 작품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번뜩이지 않고 능의 유려한 곡선, 천년 부처의 자연스런 미소와 어우러져 그윽함과 깊이를 느끼게 한다. 전시회에 맞춰 최근 여섯번째 사진집 <오래된 풍경>(열화당)이 나왔으나 오리지널 사진의 멋은 역시 전시회에서 맛볼 수 있겠다. (051)746-005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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