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기씨가 안견의 <몽유도원도> 이미지를 레고 블록으로 재구성한 작품 <몽유-몽유>(왼쪽)와 이은주씨가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를 비튼 작품 <신마상청앵도>(오른쪽).
‘몽유도원도’ 등에 실리콘·레고 붙인 황인기
복제방식으로 회화·그림 경계 넘나든 이은주
복제방식으로 회화·그림 경계 넘나든 이은주
고전 명화를 현대적으로 비틀거나 새롭게 재해석하는 작업은 현대 미술가들의 오랜 도전이자 과제였다.
중견 작가 황인기(60·성균관대 예술학부 교수)씨와 신예 작가 이은주(43)씨가 동서양의 명화를 디지털 이미지로 재해석한 작업을 나란히 선보이고 있다.
황인기씨는 지난 3일부터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에서 40년간의 작품세계를 망라하는 개인전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 황인기’전을 열고 있다. 그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으로부터 ‘올해의 대표작가’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는 전시이다. 동서양의 명화 이미지를 컴퓨터를 이용해 픽셀 단위로 바꾼 뒤 픽셀 하나하나에 못의 일종인 리벳(rivet)이나 실리콘, 플라스틱 레고 블록, 크리스털 등을 붙여 원본 이미지를 색다르게 재현한 작품 등 80여점을 선보인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나 정선의 <금강전도> 등 동양의 산수화와 세잔 등 서양의 인상파 명화, 이라크 전쟁, 아프리카 어린이의 기아문제 등 기록사진, 풍경 사진 등의 이미지를 비틀었다. 또한 합판에 레고 블록이나 크리스털 등을 붙였던 기존의 작업과 함께 표면에 메주콩과 우유와 달걀, 바나나 등 부패하기 쉬운 재료들을 석회와 섞어 바르는 등 재료적 실험도 눈에 띈다. 29일까지. (02)760-4850~2.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해온 이은주씨는 오는 18일부터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개인전 ‘퇴색-순간의 역사성’ 전을 연다. 그는 안견, 신사임당 등 한국화 거장들의 산수화와 그가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결합시킨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떠오르는 화두인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업은 사진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대가들의 작품을 차용해 만든 시뮬라크르(복제의 복제)이다. 전통적 의미의 회화성을 잃지 않기 위해 세심한 수작업을 병행했다.
특히 그는 기존 산수화 등의 작품 이미지와 새로 채집된 이미지의 조화와 결합을 통해 전통 산수화의 회화적 특성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회화 공간의 구축을 모색한다. 이를테면 단원 김홍도의 원작을 재해석한 <신(新)마상청앵도>에는 선비와 시동 대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자리잡는다. 또 정선의 <박연폭포>에는 폭포 아래 정자 부근에서 물구경을 하는 선비들 대신에 관광객들이 주변을 서성이며 폭포를 즐기고 있다. 31일까지. (02)734-7555.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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