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오페라를 꿈꾼 고 문호근(왼쪽에서 둘째)은 민주화와 인권, 통일을 위한 운동에도 관심이 많았다. 생전에 자신이 연출한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공연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구로동 연가’ ‘백두산’ 등
음악극으로 통일·노동운동
안치환 등 “민중 정신 존경”
음악극으로 통일·노동운동
안치환 등 “민중 정신 존경”
문호근 10주기 추모공연
“한국 오페라가 언제까지 이토록 한심한 상태로 있어야 하는가 하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서양문화가 아무런 여과 없이 직수입되었고, 제대로 해보자고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없어진 것이겠지요.”(1991년 10월21일) “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시대는 새로운 세력을 필요로 할까요? 그렇다면 과연 역사는 어떤 새로운 세력을 우리에게 가져다줄까요? 차분한 심정으로 못다한 예술혼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아직 그리되질 않는군요.”(1992년 6월26일)
고 문호근(1946~2001)이 옥중의 부친 고 문익환 목사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생전에 ‘한국적 오페라의 창조자’이자 ‘민주화와 통일, 인권을 위한 공연연출가’로 존경받았던 고 문호근이 지향했던 예술정신과 혼을 엿볼 수 있다. 오는 17일은 문호근이 56살의 나이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지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문호근은 한국에서 오페라 연출을 하나의 전문영역으로 만든 선구자적인 연출가였습니다. 그는 또한 실천적인 음악가였습니다. 그 시대가 그에게 다양한 실천을 요구했는데 오페라의 실천이 음악으로 나타난 것이 그의 음악극이었습니다. 그는 또 음악을 통해서 현실에 대한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문호근의 음악적 동지였던 이건용(64·한예종 음악원 교수)씨의 회고다.
한국 오페라는 문호근 이전과 이후로 뚜렷히 구별된다는 게 오페라계의 평가다. 문호근 이전 엔 주로 오현경씨 등 성악가들과 전세권, 표재순씨 등 연극 연출가들이 연출을 맡았다. 문호근의 등장 이후, 전문 오페라 연출 시대가 열렸다. 그는 대중의 눈높이에 오페라를 맞추려고 애썼다. 직접 음악의 선율에 맞게 노래 가사와 대사를 번역했다. 당시엔 오페라 자막이 없던 시대로 가수들은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다. 그 시절 주로 일본어 중역을 거친 가사로는 관객들을 이해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는 또 한국적인 오페라를 꿈꾸며 <금강> <백두산> <우리들의 사랑> <구로동 연가> 등을 만들어 한국적 음악극이란 장르를 새로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1980~90년대, ‘자, 우리 손을 잡자!’,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등을 연출하며 음악을 통한 민주화와 통일, 인권, 노동운동을 실천했다.
그에게 오페라 연출을 배웠던 성악가 전기홍(50·서울시립대 음대 교수)씨는 “그때 선생님이 뿌린 씨는 지금의 한국 오페라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문호근의 아내이자 오랜 예술적 동지였던 정은숙(64·세종대 음악과 교수)씨는 “같은 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나를 예술적으로 개발해준 사람”이라고 했다. 문호근의 주요 작품에 출연했던 가수 안치환(46)씨는 “예술가의 안일함과 태만에 대해서 불같이 화낼 수 있는 선생님의 카리스마와 한국적이고 민중적인 소재를 고민했던 예술가 정신을 존경했다”고 털어놓았다.
오는 17일 저녁 7시30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는 문호근의 10주기 추모행사 ‘우리 시대의 예인 문호근’(연출 김정환)이 열린다. 고인의 친구와 후배들이 마련한 조촐한 추모음악회다. 이건용, 전기홍, 김용태(전 민예총 이사장), 김상근(통일맞이 이사장), 가수 안치환·류금신·전경옥·이정열(가극 <금강> 주역), 배우 안계섭(가극 <백두산> 주역)·원창연·김영, 이영미(음악평론가), 평화의나무 합창단, 스위트 포(남성 4중창팀) 등이 출연해 고인을 회상하고 고인의 주요 작품을 공연한다. 고 문호근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에서 오페라 연출을 공부했다. 1977년 오페라 <노처녀와 도둑으로>를 통해 연출가로 데뷔했다. 1986년 한국음악연구소를 설립했고,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1999~2000)을 초연했다. 민족예술인총연합 결성에 참여해 음악분과위원장을 지냈다. (02)392-361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오는 17일 저녁 7시30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는 문호근의 10주기 추모행사 ‘우리 시대의 예인 문호근’(연출 김정환)이 열린다. 고인의 친구와 후배들이 마련한 조촐한 추모음악회다. 이건용, 전기홍, 김용태(전 민예총 이사장), 김상근(통일맞이 이사장), 가수 안치환·류금신·전경옥·이정열(가극 <금강> 주역), 배우 안계섭(가극 <백두산> 주역)·원창연·김영, 이영미(음악평론가), 평화의나무 합창단, 스위트 포(남성 4중창팀) 등이 출연해 고인을 회상하고 고인의 주요 작품을 공연한다. 고 문호근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에서 오페라 연출을 공부했다. 1977년 오페라 <노처녀와 도둑으로>를 통해 연출가로 데뷔했다. 1986년 한국음악연구소를 설립했고,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1999~2000)을 초연했다. 민족예술인총연합 결성에 참여해 음악분과위원장을 지냈다. (02)392-361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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