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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울림과스밈] 한국의 허비 핸콕·팻 메시니 나오려면

등록 2011-05-15 21:52수정 2011-05-15 23:01

서정민 기자
서정민 기자
‘정말 71살 맞아?’ 지난 10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한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핸콕을 보자마자 든 의문이다. 청바지, 점퍼, 운동화 차림에 선글라스를 쓴 그는 영락없이 40~50대처럼 보였다. 이 의문은 공연이 진행될수록 더해만 갔다. 피아노와 신시사이저를 오가며 연주하는 건 물론, 나중에 키보드를 기타처럼 어깨에 메고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그의 모습은 흡사 최전성기의 ‘록스타’ 같았다. 관객들은 앞으로 우르르 몰려가 아이돌 스타에게나 보낼 법한 환호를 질러댔다. 허비 핸콕은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관객들과 손뼉을 마주쳤다.

10~11일 서울 세종문화화관에서 내한공연을 한 ‘팻 메시니와 친구들’은 그야말로 재즈계의 드림팀과도 같았다. 팻 메시니(기타), 게리 버턴(비브라폰), 스티브 스왈로(베이스), 안토니오 산체스(드럼)가 꾸린, 평생 한번 볼까 말까 한 조합은 누구 말마따나 “관객들을 우주로 보내” 버렸다. 네 명의 큰 별이 뿜어내는 아우라가 합일되면서 몇배로 증폭된 에너지는 관객들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황홀한 표정을 지었고, 트위터에선 “신들의 합주였다”, “두시간 반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는 등 극찬이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연주곡은 때때로 웬만한 사람 목소리보다도 짙은 감동을 선사한다. 태초에 사람 목소리에서 출발한 음악은 여러 악기가 개발되면서 표현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연주자에게 악기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성대의 울림을 통해서든 악기의 울림을 통해서든 듣는 이에게 감흥을 전달하는 게 음악의 본질이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에는 연주음악의 대가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선 연주음악을 홀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연주자들을 가수 뒤에서 반주나 하는 존재로만 여기고, 보컬이 없는 음악은 좀처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대중과 가장 큰 접점을 이루는 방송에선 <스페이스 공감>(교육방송) 등 몇몇 프로그램을 빼곤 연주음악을 찾아보기 어렵다. 문화방송 <나는 가수다>의 예에서 보듯 ‘절창’에만 환호하는 대중의 취향은 더욱 강화돼 간다. 뛰어난 재즈 연주자들이 해마다 쏟아져 나와도 이들이 설 무대는 영세한 몇몇 재즈 클럽으로 한정돼 있다. 사정이 이러니 한국에서 세계적인 연주자를 배출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일 수밖에.

어려울 거 없다. 처음엔 좀 익숙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열고 연주음악에 귀 기울여보자. 추천하고 싶은 공연 가운데 하나는, 아쉽게도 이미 끝났다. 15일 열린 박주원 기타 콘서트 ‘일렉 피에스타’에서 개인적으로 팻 메시니 공연에 뒤지지 않는 감흥을 받았다. 그래도 19~22일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열리는 정원영 피아노 콘서트 ‘내가 받은 선물’이 남았다. 마음을 열면, 허비 핸콕 공연 못지않은 감흥을 선물받을 수도 있으리라.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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