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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기모노 입은 바흐? 뼛속까지 바흐!

등록 2011-05-24 23:16

‘고음악 원전연주 거장’ 마사아키 스즈키
동양인에 대한 편견 깨고 하프시코드 연주 등 우뚝
대규모 합창곡 ‘b단조 미사’ 바흐솔리스텐서울 지휘해
당대 악보·악기로 재현
“금발에 푸른 눈의 서양인이 한복 입고 창(唱)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못하면 ‘너희가 창을 감히 어떻게 이해하냐’고 하겠죠. 잘해봤자 ‘서양인치고 제법 흉내낼 줄은 아네’라는 반응일 테고요. 아무리 잘해도 국악인으로 인정해주긴 쉽지 않을 겁니다.”

국외에서 활약중인 한국 출신의 한 연주자가, 동양인으로서 서양음악계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비유적으로 언급한 내용이다.

일본 출신의 고음악 원전연주(작곡가 생존 당시의 악보와 악기로 연주하는 것) 거장 마사아키 스즈키(오른쪽 사진)에 대해 서양인들이 보였던 반응도 비슷했다.

특히나 ‘서양 음악의 성지(聖地)’라 불리는 바흐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과 배타성은 다른 작곡가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 일본인을 ‘바흐 거장’으로 인정하는 것은 가당치 않아 보였다.

그러나 지휘자 겸 하프시코드 연주자 마사아키 스즈키는 이런 편견의 벽을 넘어 ‘바흐 원전연주의 거목’으로 우뚝 섰다. 2006년 5월 영국 <가디언>과 스즈키의 인터뷰를 보면, “‘일본인과 바흐 사이에 어떤 연관성도 있을 수 없다’고 쓴 이스라엘의 한 평론가가 시디를 트는 순간 의자에서 떨어졌다더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가 ‘기모노 입은 바흐’라는 편견을 지우기 위해 얼마나 험난한 길을 지났는지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세계를 놀라게 한 ‘메이드 인 재팬’ 바흐는 오는 6월5일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마사아키 스즈키가 한국의 고음악 단체 바흐솔리스텐서울(아래)을 이끌고 ‘바흐 합창음악의 결정체’로 불리는 ‘b단조 미사’ 전곡을 연주한다. ‘b단조 미사’는 연주 시간만 2시간에 이르는 대규모 합창곡으로 바로크 시대 음악 중 단일 작품으로는 가장 난이도가 높고 ‘마태수난곡’과 더불어 음악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종교음악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원전연주 단체들도 쉽게 엄두 내지 못해, 감상할 기회가 흔치 않다.

박승희 바흐솔리스텐서울 음악감독은 “스즈키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도 바흐 원전연주에 있어서는 톱클래스로 손꼽힌다”며 “해석의 정확성 못지않게 해석에 대한 확신을 중시한 덕분에 연주에서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바흐 거장’ 마사아키 스즈키는 일본 고베 출신으로 12살 때부터 교회에서 오르간을 배우며 바흐에 대한 애정을 키우기 시작했다. 도쿄예술대에서 작곡과 오르간을 전공했으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베일링크 음악원에서 톤 코프만, 피트 케이로부터 하프시코드와 오르간을 배웠다. 일본으로 돌아온 뒤 1990년 바흐 콜레기움 재팬을 창단하며 일본 고음악계의 기반을 닦았다.


현재는 연주 활동과 더불어 일본 도쿄예술대와 미국 예일대 음대 합창지휘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2005년 서울에서 열린 한 음악 세미나에서 바흐솔리스텐서울과 처음 만난 뒤 세미나, 합동 연주 등 다양한 형태로 교류를 지속해오고 있다.

바흐솔리스텐서울은 2005년 성악 앙상블로 출발했으며 북스테후데, 카리시미, 몬테베르디, 샤르팡티에 등 바로크 작곡가들의 작품을 한국 초연하면서 국내 고음악 원전연주를 활성화시켜왔다. 바흐솔리스텐서울은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오케스트라를 구성했고 바흐 콜레기움 재팬의 단원 9명도 악장, 관악 연주자 등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김소민 음악ㆍ공연 칼럼니스트 somparis@naver.com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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