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마이셀
마치 원색의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한 폭의 추상화 같다. 아름답다 못해 신비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이 작품의 설명을 읽다 보면 그런 감정은 경악스러움으로 바뀐다.
미국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마이셀이 캘리포니아주 동부에 있는 오언스 강과 주변 호수의 오염, 사막화를 다룬 <호수 프로젝트> 시리즈는 이른바 ‘아름다운 호수에 대한 절망의 환경보고서’이다. 특히 막개발에 따른 생태계 변화와 수질오염이 예상되는 ‘4대강 개발사업’의 끔찍한 결과가 연상돼 더 가슴에 와닿는다.
20세기 초 사막도시 로스앤젤레스는 현지 지하수만으로는 필요한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없을 정도로 도시 규모가 커지자 도시 북쪽에서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시에라네바다 산맥 동부 오언스 강 발원지에서 물을 끌어들였다. 그러자 수량이 줄어든 오언스 호수는 메말라 거대한 소금 호수로 변했다.
마이셀은 한 세기 동안 변화되고 초토화되기 시작한 오언스 호수를 항공촬영으로 담았다. 또 카드뮴과 크롬, 비소 등에 오염되어 죽어가는 강의 상수원을 작품화했다. 사진에서 보듯이 호수는 물이 증발해 말라갈수록 소금만 남게 되고, 농축된 미네랄은 남은 물의 색깔을 붉은색이나 보라색으로 착색시킨다. 인간에 의해 더럽혀지는 환경이 아름답다니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
데이비드 마이셀은 “이 작업의 주제는 우리가 변화시킨 세상에 관련된 것”이라며 “오랫동안 우리가 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 조금이나마 고민하고 공감대를 만들어가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줄곧 환경 파괴 지역인 노촌 채굴장, 청산가리 침수 지역, 버려진 연못, 처참히 벌목된 숲, 폭풍처럼 번지는 화재 현장을 촬영해 왔다. 그중에서도 많은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은 <호수 프로젝트>는 ‘블랙 지도’라는 이름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일부이다. 이미지의 모순을 담아내는 그의 작품에는 이미지가 주는 놀라운 시각적 아름다움과 그에 상응하는 비극적 환경이 겹쳐 있다. 정상영 기자
<호수 프로젝트 1>(2002). ⓒDavid mai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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