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패키지 30~40% 싸게
관객, 1년치 관람계획 짜게 돼
서울시향 등 몇개월 전 표 매진
홍보비 절약해 공연 질 향상도
관객, 1년치 관람계획 짜게 돼
서울시향 등 몇개월 전 표 매진
홍보비 절약해 공연 질 향상도
“벌써 다 팔렸어?”
회사원 김아무개씨는 얼마 전 아내에게 줄 올 연말 선물로 송년음악회 표를 일찌감치 예매하려다 깜짝 놀랐다. 12월30일 예정된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연주회를 점찍었지만, 반년 이상 남았는데도 이미 전석이 다 팔린 상태였다. 12월 중 열리는 서울시향의 다른 정기 연주회라도 예매하려 했지만 역시 매진이었다.
최근 국내 관객의 예약 관람 문화가 달라졌다. 일회성 이벤트 정도로 여겼던 공연 관람을 삶의 일부분으로 여기면서, 연간 문화계획과 예산을 세우고 일찌감치 주요 공연을 예매하는 풍토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시즌 공연부터 연간 일정을 전년도 11월에 미리 공개하고 할인된 값에 패키지 티켓을 팔고 있다. 패키지 상품 판매량은 지난해 321개에서 올해는 4배 가까운 1172개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그해 주요 공연이 전년 연말부터 매진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말러 교향곡 전곡 시리즈’의 경우 올해 예정된 5회 공연 중 4회가, 실내악 시리즈는 전회가 매진됐다.
2000년 개관 이래 매년 초 자체 기획공연에 연간 패키지 상품을 판매해 온 엘지아트센터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연간 패키지 상품으로 예매된 티켓은 약 5100장. 전년도보다 판매량이 25%가량 늘었다. 이런 높은 예매율에 힘입어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이자람의 창작판소리 <억척가>는 개막 전부터 대부분 좌석이 동났다.
관객층이 넓어지고, 연간 단위 예매에 상당 폭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점 등이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공연 관람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인기 공연의 경우 예매하지 않으면 표를 구할 수 없거나 좋은 좌석을 선택할 수 없게 됐다. 대부분의 연간 패키지 상품이 연초 예매의 경우 30~40%까지 할인해주므로 관객이 예매를 습관화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밖에 공연장, 공연기획사 등이 서구처럼 연간 공연계획을 미리 세우고 공지하기 시작한 점, 온라인 티켓 판매가 늘면서 관객들이 예매에 익숙해진 점, 공연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점도 작용했다. 김주호 서울시향 대표는 “일찍 예매하는 관객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연에 대해 완벽한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 취향과 의사 표현이 분명하므로 기획자는 공연의 질에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연기획자로서도 예매 활성화로 관객이 미리 확보되면 홍보·마케팅에 지출할 비용이 줄어 그만큼 관람료를 낮출 수 있고 절약한 비용을 공연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현정 엘지아트센터 공연기획팀장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했던 홍보·마케팅이 목표를 명확히 잡은 타깃 마케팅으로 전환되면, 절감 비용만큼의 혜택은 관객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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