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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바보라고 손가락질하지 마
우리가 세상을 구원할 거야

등록 2011-06-23 20:27

한국과 러시아의 연출가가 함께 만든 연극 <백치 백지>
한국과 러시아의 연출가가 함께 만든 연극 <백치 백지>
한·러 공동연출 연극 ‘백치 백지’
러시아 거장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치>를 원작으로, 한국과 러시아의 연출가가 함께 만든 연극 <백치 백지>(사진)가 공연되고 있다.

<백치 백지>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뮈시킨 공작의 이야기를 가져오면서, 한국의 한 마을에서 바보라고 놀림받는 여자 ‘백지’의 이야기를 새로 추가해 둘을 교차시킨다.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 연극에는 러시아 민요풍의 음악과 국악이 함께 쓰이면서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임형택, 안드레이 셀리바노프 두 연출가가 함께 각색하고 연출했다. 지난해 11월 초연 이후 두번째 공연이다. 가수 리아가 출연해 어린 백지 역과 노래, 구음을 맡아 극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살린다.

극의 서두에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수해서 ‘백치’라고 불리는 뮈시킨 공작이 등장한다. 정신질환과 간질 때문에 스위스에서 요양을 하다가 러시아로 돌아오던 그는 기차에서 탐욕스러운 사채업자 로고진을 우연히 만난다. 로고진은 아름다운 여인 나스타샤를 차지하려고 하고, 공작은 순수한 마음으로 나스타샤에게 청혼한다. 나스타샤는 공작을 사랑하게 되지만 그를 선택하지 않고 로고진과 결혼한다. 동시에 한국의 한 마을에서는 ‘좀 모자란’ 여성 ‘백지’가 등장해 바보라고 놀림받는다. 마을 사람들은 백지를 무시하고, 결국 백지는 심한 폭행을 당한다. 로고진에 의해 죽게 되는 나스타샤와 폭행을 당하고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백지를 같은 배우가 1인2역으로 연기한다. 연극은 바보라고 놀림받지만 순수한 내면을 잃지 않는 뮈시킨, 백지의 모습과, 영악하고 욕심 많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대비시켜 ‘바보스러움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임형택 연출가는 이상적인 인간상에 대해 고민하면서 연극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스토옙스키가 그린, 구원을 가져다주는 이상적인 인물은 일반적 관점에서 보면 어딘지 모자란 인물이다”라며 “‘제 것도 못 챙기는 바보’라고 손가락질 받는 이들에게서 우리가 갈구하는 인간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러시아 연출가와 같이 작업하면서 동서양의 차이와 상관없이 인간상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29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02)923-1810.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극단 서울공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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