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이어 한국인 두번째로
돌·쇠로 선·점…“작품 재탄생”
돌·쇠로 선·점…“작품 재탄생”
이우환 작가 구겐하임서 회고전
나선형 모양이 인상적인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현대미술의 심장부’로도 불린다. 이곳에서 지난 24일부터 한국의 이우환 작가가 ‘무한의 제시’란 이름의 회고전(9월28일까지)을 열어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겐하임 역사상 아시아인으로는 세번째 전시이며 한국인으로는 백남준에 이은 두번째 전시다. 그동안 작가의 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인 이번 회고전에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업 90여점이 로비와 내부 네개 층에 걸쳐 선보이고 있다.
관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전시 첫날부터 ‘이우환과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매표소가 열리기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전세계 미술 관계자와 관객 800여명이 참석한 개막 행사는 수석 큐레이터 알렉산드라 먼로가 진행하는 작가의 철학과 작품에 대한 설명회 등으로 꾸며졌다.
뉴욕 현지 미술인 노엘 보디스(21)는 “이전에는 이우환 작가를 자세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된 물파(物派: 사물이 지닌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기)의 개념이라든지 인간과 자연 사이 관계성에 대한 철학이 아주 새로운 발상이었다”고 관심을 보였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하이갤러리의 원형 홀과 1층 중앙 전시장에 작가의 작품들 중 선별된 6개의 주요 조각과 회화들이 눈에 들어온다. 또 2, 3층 중앙 홀에 전시된 연필 드로잉과 초기 회화들은 그의 시각언어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60~70년대 모노하 시기 조각과 설치 작품 열네점을 전시중인 4층 부속 전시관 갤러리와 외부 테라스, 4층 중앙 전시장이 가장 인기가 높다.
로비에 놓인 두개의 커다란 돌과 그 사이에 세워진 철판. 도입부의 이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우환의 설치 작업은 대부분 돌, 쇠, 유리와 같은 재료들로 이뤄진다. 또 그림들은 대개 선, 점 같은 가장 기본적 요소들로 표현된다.
가로와 세로가 약 20×15㎝인 작은 화폭에 겨우 강낭콩 크기의 점이 하나 그려진 <대화>(2010)를 보기 위해 관객들은 그림에 얼굴을 가까이 대기도 했다. 폭이 10㎝ 정도 되는 굵은 선이 커다란 화폭 한가운데로 그어진 작품을 보면서 손으로 붓글씨 흉내를 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어쩌면 한국인에겐 너무도 익숙한 ‘여백의 미’란 관념이 아직 서양인에게는 생소한 듯 보였다. 하지만 전반적인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었다. 관객 마사 블랙웰더는 “보통 미국인에게 여백이란, 그려지지 않은 미완성 공간이거나 미니멀리즘의 개념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여백은 그려진 부분만큼 중요한 하나의 구성원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또다른 시각을 제공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우환 작가는 이번 전시에 ‘재탄생’이란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60, 70년대 작품들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회고전은 그저 과거 내 작품들을 옮겨놓은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새로운 장소와 함께 재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구겐하임미술관 회고전은 국내외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개막 행사를 마쳤다.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로서 미국에서도 그 입지가 굳게 세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뉴욕/피유진 예술기획자 p_u_jin@hotmail.com
이우환 작가 회고전이 마련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전시장 풍경. 1층 로비 공간에 나온, 철판과 돌덩이로 이뤄진 그의 설치작품 <대화>(위 사진)와 1~4층 난간 전시장에 나온 <관계항> <대화> 등의 작품들(아래). 데이비드 힐드 제공
어쩌면 한국인에겐 너무도 익숙한 ‘여백의 미’란 관념이 아직 서양인에게는 생소한 듯 보였다. 하지만 전반적인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었다. 관객 마사 블랙웰더는 “보통 미국인에게 여백이란, 그려지지 않은 미완성 공간이거나 미니멀리즘의 개념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여백은 그려진 부분만큼 중요한 하나의 구성원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또다른 시각을 제공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우환 작가는 이번 전시에 ‘재탄생’이란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60, 70년대 작품들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회고전은 그저 과거 내 작품들을 옮겨놓은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새로운 장소와 함께 재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구겐하임미술관 회고전은 국내외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개막 행사를 마쳤다.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로서 미국에서도 그 입지가 굳게 세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뉴욕/피유진 예술기획자 p_u_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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