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부터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서커스 <레인>
음악·연극 결합 서커스 ‘레인’
붉은 커튼 모양의 막이 오르고 한 남자가 나지막이 묻는다. “빗속에서 놀아본 적이 있나요?” 시작할 때의 그 물음처럼 공연 마지막 10분 동안 2t의 물이 비가 되어 무대 뒤로 쏟아져 내린다. 바닥에 차오른 물 위에 모인 배우 11명은 첨벙첨벙 뛰놀며 물장구를 치고, 줄넘기를 한다.
지난 24일부터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서커스 <레인>은 ‘비를 맞으며 노는 자유로움’을 주제로 한 아트 서커스다. 아트 서커스는 전통 서커스 곡예에 무용, 음악, 연극 등을 결합시킨 새로운 장르다. <레인>을 만든 엘루아즈 서커스단은 지난 4, 5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바레카이>를 공연한 ‘태양의 서커스’와 더불어 캐나다 아트 서커스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레인>은 서커스 리허설 중인 한 극장을 배경으로 한다. 공중그네 묘기와 저글링 등 볼거리가 보사노바 음악과 직접 연주되는 피아노 소리에 맞춰 펼쳐진다. 배우들은 장식 없이 단순한 의상을 입었는데, 그 덕에 관객은 몸 근육과 세세한 움직임까지 볼 수 있다. 어딘지 슬픈 느낌을 주는 음악과, 중간중간 삽입되는 기억·사랑에 관한 내레이션이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정서를 끌어낸다.
널빤지 양쪽 끝에서 뛰어올라 펼치는 공중 3회전은 수영의 다이빙 연기나 기계체조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내려온 천을 이용한 연기는 현대 무용의 안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배우가 바닥에 선 배우의 머리를 한 손으로 짚은 채 허공에 몸을 펼치고 정지하거나, 높이 매달린 공중그네 위에서 한 발로만 무게를 지탱하는 모습에 객석에서는 조마조마한 긴장과 안도의 박수가 교차한다.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2005년 태양의 서커스 <코르테오>를 만들었고,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폐막식을 연출하기도 했다. <레인>은 2003년 초연 이래 2005년 서커스 공연으로는 처음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지금까지 공연되고 있다. 국내에는 2006년7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처음 소개됐고, 이번이 두번째 공연이다. 7월10일까지. (02)2005-0114.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크레디아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