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디어 클라우드’
3집 낸 록밴드 ‘디어 클라우드’
주류 기획사 나와 다시 홍대로
현악 세션 더해 더 밝아진 음악
주류 기획사 나와 다시 홍대로
현악 세션 더해 더 밝아진 음악
눈물은 전염된다. 처음엔 야광봉을 흔들던 관객들이 하나둘 눈물을 떨구기 시작하더니 곧 객석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무대에서 노래하던 나인은 연신 울음을 삼켜댔다. 다른 멤버들도 애써 울음을 참으며 고개를 푹 숙인 채 연주를 이어갔다. 한바탕 울고 나면 마음이 풀리는 법. 관객들은 그렇게 위로를 받고 있었다.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디어 클라우드 3집 발매 공연 광경이 상징하듯, ‘디어 클라우드’(사진)는 ‘위로’와 이음동의어다.
5인조 감성 록 밴드 디어 클라우드의 새 앨범 제목은 <브라이트 라이츠>. 어둠 속에 웅크린 이들에게 ‘밝은 빛’과도 같은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음악들로 가득하다. 기어이 관객들을 울리고 만 ‘이미 오래전 이야기’ 같은 슬픈 곡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우울하고 슬픈 정서가 그득했던 이전 앨범들보다는 한층 밝아졌다. 경쾌한 느낌마저 드는 타이틀곡 ‘널 위해서라고’, 강렬한 기타 소리로 시작하는 ‘유어 네버 고나 노’, 풍성한 현악 앙상블로 시작하는 ‘행운을 빌어줘’ 등이 대표적이다.
“전에는 ‘너도 슬프구나. 나도 참 슬퍼’ 하며 슬픔으로 슬픔을 위로했다면, 이번에는 ‘내 손을 잡고 슬픔에서 빠져나오렴’ 하며 밝은 희망으로 슬픔을 위로하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이 더 강한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나인)
이전 앨범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 세션을 수록된 10곡 중 8곡에 넣은 것도 새 앨범의 특징. “기타 사운드를 많이 덜어내고 그 빈자리를 현악의 울림으로 채워넣으니 슬플 때는 더 애잔해지고 경쾌할 때는 더 밝아진 것 같아요.”(용린)
나인(보컬)·용린(기타)·이랑(베이스)·정아(키보드)·광석(드럼)으로 이뤄진 디어 클라우드는 2007년 1집 <디어 클라우드>를 내며 데뷔했다. 서울 홍대 앞 인디신에서 활동하다 유희열이 소속된 주류 기획사에서 음반을 냈다. 2008년 발표한 2집 <그레이>는 엠시몽이 소속된 기획사에서 냈다. 지금은 절판된 두 앨범은 10만원 안팎의 중고가에 거래될 정도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주류 기획사를 나와 홍대 앞으로 돌아온 이들은 ‘클라우드 레코드’라는 회사를 직접 차리고 다시 인디 밴드가 됐다. 지난해 발표한 미니앨범 <테이크 디 에어>는 독립의 첫걸음이다. 회사 대표 용린은 머리칼을 뜯으며 세금계산서를 만들고, 이랑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독학해 앨범 표지를 직접 디자인했다. 글쓰기에 재주를 가진 나인은 보도자료를 만들었다.
“인디와 오버그라운드를 오가며 여러 고민을 하게 됐어요. 팬들은 홍대 앞으로 돌아온 우리를 더 순수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우리 음악은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요. 인디와 오버의 차이는 음악이 아니라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듣기 편안해하는 것만 좇기보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 그게 인디 정신이죠.”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뮤직커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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