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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사람] “신자유주의 세상에 연극도 저항해야”

등록 2011-07-08 20:18

연극평론가 안치운(54) 호서대 교수
연극평론가 안치운(54) 호서대 교수
현대희곡의 거장 콜테스 작품낭독회 연 안치운 교수
아프리카·남미 빈곤층 소재
내면의 전쟁 표현한 작품들
“국내 연극은 허세로 가득차”
“난 잊어버려요. 내 이름이 내 머릿속에 쓰인 걸 알지만 점점 희미해져서 사라져버리는 것 같아요….” “내가 당신 이름을 잊지 않겠어요. 내가 당신의 기억이 되어주죠.”

비가 부슬부슬 내린 7일 저녁 서울 서교동 카페 ‘살롱 드 팩토리’ 지하 1층은 낮은 조명 속에 배우들이 낭랑하게 읊는 희곡 대사들로 채워졌다. 그들은 요절한 프랑스 희곡작가 베르나르마리 콜테스(1948~89)가 탈주한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쓴 작품 <로베르토 주코>에 나오는 독백을 읽고 있었다. 지난달 작품론 <베르나르-마리 콜테스-독백과 운문의 귀향>(문학과지성사)을 펴낸 연극평론가 안치운(54·사진) 호서대 교수와 제자들인 극단 연극미의 배우들이 함께 마련한 이색 낭독회였다.

책은 8년 동안 대학에서 콜테스를 가르친 안 교수의 강의록에, 콜테스의 작품과 삶에 대해 그가 새로 쓴 설명을 더했다. 국내에서 콜테스 작품론으로는 처음 나온 책이다. 배우들은 책에 등장하는 콜테스의 희곡 작품 여섯 편에서 발췌한 장면을 여섯 개 꼭지로 나눠 실제 공연장에서 연기하듯 읽었다. 안 교수는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나갔다.

“콜테스는 지긋지긋한 신자유주의 세상의 한복판에서 뜨겁게 살다가 금세 사라졌고, 그래서 더 흥미로운 작가입니다.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등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가장 마이너에 해당하는 곳을 찾아가, 그 나라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등장인물로 삼아 희곡을 썼지요.”

안 교수는 “프랑스에서 ‘현대 연극사는 베케트에서 콜테스까지’라는 류의 책이 나오기도 하는 등, 콜테스 작품은 현대 희곡의 고전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콜테스 희곡은 독백이 많고 운문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두고, 그는“힘든 전쟁 같은 세상에서 개인이 혼자 말하는 건 유일하게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이라며 “독백은 한 개인이 혼자 치르는 전쟁과도 같다”고 했다. 어느덧 콜테스 작품론 이야기는 자연스레 국내 연극판에 대한 질책으로도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 정부, 지자체의 지원금이 늘어나서 연극하는 환경은 좋아졌지만, 연극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어요. 연극이 시대에 저항하지 않고, 타협한 결과입니다. 오늘날 연극은 예전에 비해 형편없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는 “사람을 모으는 게 연극의 매력이자 기능인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연극은 그보다는 허세와 부패한 말들, 부패한 볼거리들로 가득 차 있다”며 “우리 연극이 콜테스나 그 이전의 베케트, 셰익스피어가 쓴 것과 같은 운문의 아름다움, 말의 묘미를 발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낭독 공연’은 2시간을 빽빽이 채우고서 끝났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문학과지성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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