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김세황
‘사계’ 연주 앨범 낸 김세황
바이올린 대신 일렉트릭 기타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전악장 협연
바이올린 대신 일렉트릭 기타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전악장 협연
록밴드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김세황(사진)이 ‘특별한’ 음반을 냈다. 비발디의 ‘사계’를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한 것이다. 사실 일렉트릭 기타로 클래식을 연주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속주 기타의 대가 잉베이 말름스틴이나,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연주해 앨범에 담은 국내 기타리스트 이현석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이 음반에 ‘특별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따로 있다. 실내악단이 연주하는 ‘사계’의 기본 편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중심이 되는 바이올린 솔리스트 자리를 기타를 든 김세황이 대신하는 방식으로 ‘봄·여름·가을·겨울’ 전 악장을 협연했다. 이런 식의 ‘사계’ 음반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클래식을 록밴드 편곡으로 바꿔 연주한 경우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고전적 장르인 클래식과 격렬하고 날카로운 장르인 록의 조화가 신선하면서도 아름답게 들리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주했어요. 이 앨범이 순수음악과 대중음악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구실을 했으면 합니다.”
김세황이 이 음반을 내게 된 건 여러 동기와 계기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어린 시절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클래식 기타 연주자였던 어머니 영향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우연히 지미 헨드릭스 공연 실황을 보고 록 기타에 빠져든 뒤에도 유독 좋아하던 ‘사계’만은 엘피판이 닳도록 즐겨들었다. 12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1986년 한국으로 돌아온 김세황은 93년 록밴드 다운타운으로 데뷔해 넥스트, 노바소닉 등을 거치며 록 기타리스트의 꿈을 이뤘다.
그러다 지난해 5월 에스비에스 <스타킹>에서 전자바이올린 연주자 유진 박과 협연을 하면서 클래식에 대한 생각이 되살아났다. 때마침 그가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중인 서울종합예술학교에 순수음악 분야가 신설되면서 장혜원 전 이화여대 음대 학장이 새 학장으로 부임했다. 김세황은 장 학장을 찾아가 조심스레 부탁했다. “‘사계’를 연주해보고 싶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 연주회에서 그는 ‘사계’ 중 ‘겨울’을 바이올린·첼로와 협연했다. 지난 6월에는 ‘사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 내한공연에서 ‘사계’ 중 ‘여름’과 ‘겨울’을 협연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는 “꿈이 이뤄진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국내 최고 수준의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과의 협연으로 음반을 녹음했다.
“활로 켜는 바이올린은 피크로 줄을 튕기는 기타와 달리 소리의 끊김이 없어요. 오랜 역사를 지닌 바이올린 연주법은 짧은 역사의 기타가 넘보기 힘들 정도로 충분히 발전했죠.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타에 미쳤던 중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하루 12시간씩 연습했어요. 기회가 되면 ‘사계’ 전 악장을 연주하는 공연을 꼭 하고 싶습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씨제이이앤엠 제공
사진 씨제이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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