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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선, 혼을 담다

등록 2011-07-12 21:35

학고재갤러리 전시 ‘한 획’
곰리 등 15명 작품 선보여
차가운 철판 위에 붉은 불꽃이 인다. 거대한 부엌 칼로 철판 위를 무수히 내려친 흠집이 화려한 불꽃으로 피어났다.

물감이 흉내 낼 수 없는 절묘한 붉은색. 산화되어가는 시간이 만들어낸 솜씨다. 정현(55·홍익대 미대 교수) 조각가에게 철 드로잉은 작업 과정이나 작업 뒤 나타나는 감성의 메모이다. 그의 작품 <무제>(위 그림) 연작의 무수한 칼질 속에는 정서적 상황과 감정을 잡아내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김태호(58·서울여대 미대 교수) 작가는 ‘온전히 알맞게 있는’ 상태가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적절하게 있는 모습과 가장 알맞은 움직임이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믿는다. 그는 드로잉 작품 <알맞게 움직이다> 연작에 작은 나뭇가지 묶음을 붓 삼아 자신의 혼과 에너지를 힘찬 먹 선으로 일필휘지(一筆揮之)했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 화랑이 앤터니 곰리, 류 샤오둥, 이우환, 정상화, 리처드 세라, 샘 프란시스 등 국내외 작가 15명의 회화와 드로잉 38점을 모아 ‘한 획(一劃)’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마련했다. 드로잉은 그 자체로 완성된 것도 있지만 작품을 만들어가는 작가의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작가의 붓질 획 하나하나에는 그의 예술세계, 작품에 대한 마음가짐과 노력이 날것 그대로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우환(75) 작가는 마치 매가 사냥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모았다가 단숨에 긋는 한 획의 존재감을 생각하게 한다. 윤향란(51) 작가는 드로잉 연작 <산책>(아래 그림)에서 프랑스의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삶의 압박감과 피곤함을 가늘고 짤막한 선들의 궤적으로 나타냈다.

우찬규 화랑 대표는 “전시제목 ‘한 획’을 중국 청나라 초기 화가이자 화론가인 석도의 <고과화상화어록> 중 ‘일화론’(一畵論)에서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한 획은 모든 그림의 시작이고, 그것을 알게 되면 그림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작품을 구성하는 한 획에 담긴 회화에 대한 태도, 변하지 않는 작가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라고 하겠다. 8월21일까지. (02)720-1524~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학고재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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