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팝아트의 선구자가 된 워홀의 대표작이자, 대중 소비문화를 미술 영역으로 끌어들인 기념비적 그림인 <캠벨 수프 통조림>
62년 첫 개인전 기념해
LA 현대미술관서 전시
LA 현대미술관서 전시
1962년 7월9일 미국 엘에이(LA)의 페러스 갤러리에 매우 낯선 그림들이 내걸렸다. 34살의 야심만만한 상업 작가가 첫 개인전 전시장에 선보인 그림들은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던 캠벨 회사의 수프 통조림 제품 32종류를 똑같은 크기의 캔버스에 하나씩 옮겨 그린 작품이었다. 이 괴짜화가의 이름은 앤디 워홀(1928~1987·사진). 그는 “지난 20년간 캠벨 수프 통조림은 나의 점심 식단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캠벨 통조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가 된 워홀의 대표작이자, 대중 소비문화를 미술 영역으로 끌어들인 기념비적 그림인 <캠벨 수프 통조림>(그림) 연작은 이렇게 탄생했다. 29센트짜리 수프 통조림 이미지를 같은 크기로 반복해 그린 작품들은 마치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낸 상품처럼 보였다. 게다가 워홀은 슈퍼마켓에서 통조림 진열하듯이 줄을 세워서 그림들을 전시했다. 전시는 회화의 고정관념을 뒤집으려는 도발이었다. 현대사회의 특징인 대량생산, 복제의 이미지를 미술에 차용하고, 동시에 갤러리와 슈퍼마켓을 동등한 것으로 암시했기 때문이었다.
한 점당 100달러에 내놓은 <캠벨 수프 통조림> 연작은 발표 당시 그리 신통한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누군가는 슈퍼마켓에서 사 온 캠벨 수프 통조림을 화랑 근처에 잔뜩 쌓아놓고 ‘진짜가 단 돈 29센트’라고 써서 붙여 놓기도 했다.
하지만 워홀은 이 작품을 통해 미술이 일상생활 속으로 뛰어들어갈 것이라고 보았다. “미술이 선택받은 소수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미술이 일반 대중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뒤 <캠벨 수프 통조림>의 100개 연작 제작에 나섰으며, 찌그러지거나 라벨이 찢어진 수프 통조림들도 화폭에 담았고, 코카콜라병 등을 담은 실크스크린 판화도 발표했다.
<캠벨 수프 통조림> 그림 32점이 발표된 지 49년 만인 지난 9일부터 엘에이 현대미술관(LA MoCA)에서 9월7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1962년 페러스 갤러리에서 열린 워홀의 첫 개인전을 기념한 이 전시는 당시 페러스 갤러리 대표 어빙 블럼에 대한 감사의 자리이기도 하다. 블럼은 49년 전 워홀의 전시 때 한 점당 100달러에 판 <캠벨 수프 통조림> 연작이 32개가 함께 모여 있을 때 작품의 진정한 의미가 전달된다는 점을 앞서 깨닫고 산 사람들에게 일일이 구매를 철회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덕분에 현재 <캠벨 수프 통조림> 그림 32점은 온전히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소장하게 됐고, 이번 49주년 기념전을 위해 엘에이 현대미술관 쪽에 대여해 주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앤디 워홀(1928~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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