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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배우들이 직접 ‘연주 배틀’ 라이브클럽 뺨치는 ‘포경선’

등록 2011-07-26 20:17

뮤지컬 ‘모비딕’
뮤지컬 ‘모비딕’
뮤지컬 ‘모비딕’
평론가 조용신 연출…출연진 연기·춤·연주 ‘1인3역’
바이올린의 활은 고래를 잡는 작살, 클라리넷은 고래잡이 망원경이 된다. 희뿌연 안개가 낀 바다를 옮겨놓은 듯한 무대와 그 가운데 놓인 피아노,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악기 소리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라이브 클럽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뮤지컬평론가로 유명한 조용신씨의 첫 연출작인 뮤지컬 <모비딕>은 ‘액터-뮤지션 뮤지컬’을 표방했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모든 출연 배우가 연기와 춤, 노래는 물론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뮤지컬이다. 지난해 가을께부터 제작을 시작한 <모비딕>은 이름난 뮤지컬평론가가 직접 작품 연출에 도전했다는 점과, 국내 관객에게는 다소 생소한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준비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조씨는 연출과 대본, 작사를 직접 도맡았다.

지난 19일 첫 공연을 시작한 <모비딕>은 소극장 무대를 채우는 라이브 음악 연주의 즐거움에, 원작 소설을 뮤지컬 형태로 적절히 각색한 솜씨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신선한 재미를 준다. 선원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 꿈을 찾아 고래잡이 배 ‘피쿼드호’에 오른 어린 선원 이스마엘(신지호)이 관찰자로 등장해 사건을 지켜보고 기록한다. 이스마엘과 작살잡이 퀴퀘그(이일근)가 나누는 우정, 자신의 한쪽 다리를 앗아간 흰 고래 ‘모비딕’을 잡기 위해 자신과 선원들을 위험에 모는 에이허브 선장(황건)과 그에 맞서는 선원들의 갈등이 극의 내용을 이룬다. 조용신씨는 “원작 소설에서는 뒤로 갈수록 신참인 이스마엘이 모든 걸 다 아는 전지적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측면이 있다”며 이스마엘의 눈으로 뮤지컬을 새로 쓴 이유를 설명했다. 그 결과 뮤지컬은 조씨의 말처럼 “친구를 만나 새로운 인생에 눈뜨고, 사회의 축소판인 배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성장하는 21살 청년의 성장기”가 됐다.

<모비딕>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빼어난 음악이다. 이스마엘 역의 팝아티스트 신지호와 퀴퀘그 역의 ‘집시바이올리니스트’ 이일근의 연주는 무대에서 감탄사와 박수를 절로 끌어낸다. 원래 악기를 연주했거나, <모비딕>을 위해 새로 배우기도 했다는 다른 배우들의 연주도 아름답다. 특히 극의 전반부,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기싸움을 펼치는 이스마엘과 퀴퀘그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간 ‘연주 배틀’은 즉흥 연주의 백미.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색소폰, 클라리넷 등이 총출동해 모든 선원들이 배 위에서 함께 하는 연주도 마치 흥겨운 파티장에 온 듯 온몸을 들썩거리게 만든다.

전문 음악가로서 처음 연기에 도전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다소 아쉬운 순간도 있지만, 얼굴에 만연한 미소와 함께 음악을 연주할 때 ‘자기 일을 진짜 즐기는 사람’만이 낼 수 있는 흥겨움이 부족함을 메운다. 늘 작품을 평가하다 연출가로 첫발을 내디딘 조용신씨는 “현재 우리 뮤지컬의 예술적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아 평론과 논쟁이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며 “기존에 없었던 혁신적 시도가 포함된 창조적인 작품을 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8월20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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