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평면회화로 재구성되다

이승희 개인전 ‘후아유’
고전-현대 경계넘기 도전

흰 공간에 우아한 도자기가 놓여 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면 입체감 있는 ‘평면 그림’이다.

도자 작가 이승희(53)씨가 개인전 ‘厚.我.有 후.아.유’를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에서 열고 있다. 그는 전통적인 도자기를 평면회화로 재구성하는 작업에 매달려왔다. 전통적인 도자 기법을 이용해 수십 번씩 흙물을 발라 두툼한 평판을 만들고 그 표면을 도자기 형태가 나도록 살짝 깎아내 입체감 나는 ‘평면 도자기’를 만들어낸다. 배경 부분은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 흙 자체의 질감을 느낄 수 있지만 도자기 부분은 전통 도자 기법을 이용해 고전의 도자기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평면화된 도자기에는 원근감 있는 그림을 새겨넣어서 시각적인 일루전을 통해 다시 입체감을 살려냈다. 도자기와 회화의 경계, 고전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작품들은 미국 뉴욕과 홍콩 아트페어에서 선보이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작가는 중국의 세계적인 ‘도자기 마을’인 장시성 징더전(경덕진)에서 2008년부터 작업해온 작품을 비행기로 공수해왔다고 한다. 달항아리, 백자 등 국보급 도자기를 평면화시킨 가로 170㎝×세로 83㎝ 크기의 ‘타오’를 비롯해 모두 24점이 나왔다. 작가는 “공예, 회화, 부조의 사이에 있는 것들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도자기도 아니고 회화도 아닌 그들 사이의 작은 차이를 현대미술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8월14일까지. [phone].

정상영 기자, 사진 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