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서해 평화 염원, 예술이 되다

등록 2011-07-28 20:41

인천아트플랫폼이 기획한 프로젝트‘ 분쟁의 바다 화해의 바다’ 전시 현장. 관객들이 한국근대문학관 건립예정터 건물 안에 전시된 윤석남씨의 설치작품 ‘어시장2’(가운데), 류성환씨의 그림 ‘해병대 군복을 입고 부동자세로 서있는 백령도 주민’(왼쪽 위), 박인우씨의  그림 ‘인간의 대지-평화’(가운데 위)를 관람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이 기획한 프로젝트‘ 분쟁의 바다 화해의 바다’ 전시 현장. 관객들이 한국근대문학관 건립예정터 건물 안에 전시된 윤석남씨의 설치작품 ‘어시장2’(가운데), 류성환씨의 그림 ‘해병대 군복을 입고 부동자세로 서있는 백령도 주민’(왼쪽 위), 박인우씨의 그림 ‘인간의 대지-평화’(가운데 위)를 관람하고 있다.
‘분쟁의 바다 화해의 바다’전
예술가 60명 연평·백령도 체험
현빈-김정은 그려넣은 작품 등
120여점 회화·조각으로 풀어내
작가는 8살 때 떠나온 고향 백령도를 42년 만에 다시 찾았다.

고모부 내외가 살던 섬 안 사곶 마을에 빈집을 구해 작업실을 꾸렸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객지 사람이라며 경계했지만, 고향 사람인 걸 알고는 먹을 것도 갖다주고 하면서 친해졌다. 그때 장태신(69) 할아버지를 만났다. 하루는 그가 지난 2000년 뜻하지 않게 북한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배가 고장 나는 바람에 북한 해역으로 표류하다 북한군에게 잡혔다고 한다. 그때 다행히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던 날이라 음식대접까지 잘 받고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박충의(49) 작가가 고향 백령도에서 40여일간 머무르면서 작업한 ‘백령도 마을 찾기’ 연작시리즈의 숨은 사연들이다. 그의 화폭에는 42년 만에 다시 만난 친지와 이웃들의 따뜻한 모습들이 담겨있다. 장 할아버지가 북한을 깜짝 방문한 사연도 영상에 담겼다. 작가는 “백령도에 도착하던 날 우연히 사촌형과 42년 만에 전화로 상봉했다. 백령도가 남과 북보다 멀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잔잔한 삶의 정경이 곧 평화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백령도 해병대에서 군복무중인 영화배우 ‘현빈 이병’과 북한의 ‘김정은 대장’이 물에 뜨는 기구인 부기를 허리에 끼고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그린 작품 ‘두 남자’(아래 사진)
백령도 해병대에서 군복무중인 영화배우 ‘현빈 이병’과 북한의 ‘김정은 대장’이 물에 뜨는 기구인 부기를 허리에 끼고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그린 작품 ‘두 남자’(아래 사진)
박 작가의 작품은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인천아트플랫폼이 22일부터 ‘평화와 바다’를 주제로 열고 있는 1회 인천평화미술 프로젝트 ‘분쟁의 바다 화해의 바다’전의 일부다. 인천 인근의 섬과 바다를 화두로 삼아 분단의 아픔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되새겨보는 이번 전시회는 최근 대규모 기획전이 드문 미술계에 단비 같은 행사로 꼽히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지난 3월부터 인천지역 작가와 아트플랫폼 입주작가, 국내외 예술가 60여명과 함께 세 차례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답사를 진행했다. 지금은 평화롭게 날아다니는 갈매기와 맑은 파도소리만 남은 아름다운 바다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섬들은 천안함 사건과 북한군 포격 등으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특히 연평도에는 아직도 포격의 잔해와 상처가 섬 곳곳에 남아 있었다. 예술가들은 이 섬들로부터 받은 감동과 평화에 대한 사유를 회화, 조각, 영상, 퍼포먼스, 설치, 시와 에세이 등 120여점의 다양한 예술적 형식으로 풀어냈다.

출품작가 가운데 이명복(54)씨는 백령도에 들어가려고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악천후에 결국 답사를 포기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백령도 해병대에서 군복무중인 영화배우 ‘현빈 이병’과 북한의 ‘김정은 대장’이 물에 뜨는 기구인 부기를 허리에 끼고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그린 작품 ‘두 남자’(아래 사진)를 내놓았다. 이 작가는 “두 사람이 거의 비슷한 나이인데, 한 사람은 정치적 스타이고 한 사람은 연예 엔터테인먼트 쪽 스타가 됐다. 두 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이 현실로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업했다”고 밝혔다.

오석근 작가는 쓸쓸하게 남은 연평도 포격 현장에서 탈을 쓴 철수와 영희가 천연덕스럽게 전쟁놀이하는 모습을 담았다. 백령도 앞바다에 전해오는 심청 이야기에 평화의 메시지를 실은 중국 작가 저우치의 작품 ‘인당수’도 눈길을 끈다. 일본작가 다케시 모로는 연평도 대피소 19개소를 답사한 뒤 카메라 오브스쿠라 원리를 이용해 대피소 밖의 연평도 풍광을 대피소 안으로 끌어들인 ‘대피소 풍경’을 선보였다. 연평도의 현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승미 관장은 “평화를 염원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인천평화미술 프로젝트’를 인천을 대표하는 예술 프로젝트로 해마다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8월28일까지. (032)760-1000.


인천/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