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인(26)
대관령음악제 첼로공연 나선 줄기세포 과학자 고봉인씨
차이콥스키콩쿠르 우승 이력에
프린스턴대서 분자생물학 전공
“두 분야 균형맞춰 인정받고싶어”
차이콥스키콩쿠르 우승 이력에
프린스턴대서 분자생물학 전공
“두 분야 균형맞춰 인정받고싶어”
“그때 그때 달라요. 저를 과학자라고 소개할 때도 있고, 첼리스트라고 할 때도 있고요.”
고봉인(26·사진)씨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거쳐 프린스턴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젊은 과학자인 동시에, 97년 차이콥스키 국제청소년콩쿠르 첼로부문에서 우승한 뒤 전문 연주자로 활동중인 첼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4일 개막한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연주자 시리즈’에 초청돼, 2주간 강원도 평창에 머물며 실내악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고씨가 ‘과학’과 ‘음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게 된 데에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생명공학 연구 분야의 대가인 아버지 고규영 카이스트 의과학 대학원 교수와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에게서 나란히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과학자인 아버지는 제가 음악가가 되길 바라셨고, 피아노를 전공하신 어머니는 과학자가 되길 바라셨어요. 저는 둘 다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죠.” (웃음)
고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첼리스트 정명화에게 배우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하버드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의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통해 생물학과 첼로를 전공했고, 졸업 후 낮에는 하버드 줄기세포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밤에는 첼로를 연주하는 ‘이중 생활’을 했다.
그는 “음악과 과학이 언뜻 멀게 느껴지지만, 암세포 연구로 인간의 생명을 살릴 수 있고 음악으로 영혼을 치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통한다”며 “두 분야의 균형을 맞추며 각각의 전문성을 인정 받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프린스턴대 박사과정에 입학한 뒤부터 그가 진행중인 연구는 세포와 단백질간의 상호 영향 메커니즘을 밝혀 암세포 치료의 열쇠를 찾는 것이다. 물론 음악과의 병행은 녹록지 않다.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자정 무렵까지 실험실에서 하루 종일 머물러야 하거든요. 따로 시간을 낼 수 없으니까 실험실에 첼로를 갖다 놓고 인큐베이션(실험 배양)을 기다릴 때마다 연습해요. 당장 연주회가 없더라도 연습을 쉬면 안 되니까요.” 그는 “실험과 연주 일정이 겹칠 땐 버겁기도 했지만, 두 가지를 병행한 덕분에 한 곳에 몰두할 때 스트레스나 부담으로 느껴질 일들을 휴식처럼 즐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첼리스트로서 고씨가 추구하는 것은, 유명세를 얻는 것보다 음악을 통해 의미 있는 활동을 해나가는 것이다. 특히 한국 작곡가들의 현대음악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작품을 청중에게 소개하는 데 뜻을 두고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북한 평양을 방문해 윤이상관현악단과 작곡가 윤이상의 첼로협주곡을 협연했으며, 지난 29일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는 재독 작곡가 박영희 씨의 <만남 I>을 아시아 초연했다. 고씨는 “독일에서 윤이상 선생님의 음악을 듣고 깊이 감명 받은 뒤,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이 한국 연주자의 중요한 임무라 생각하게 됐다”며 “독일 출신 연주자들이 브람스 곡의 연주와 해석에 있어 정통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한국 현대음악 연주의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관령(평창)/김소민 객원기자 사진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첼리스트로서 고씨가 추구하는 것은, 유명세를 얻는 것보다 음악을 통해 의미 있는 활동을 해나가는 것이다. 특히 한국 작곡가들의 현대음악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작품을 청중에게 소개하는 데 뜻을 두고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북한 평양을 방문해 윤이상관현악단과 작곡가 윤이상의 첼로협주곡을 협연했으며, 지난 29일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는 재독 작곡가 박영희 씨의 <만남 I>을 아시아 초연했다. 고씨는 “독일에서 윤이상 선생님의 음악을 듣고 깊이 감명 받은 뒤,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이 한국 연주자의 중요한 임무라 생각하게 됐다”며 “독일 출신 연주자들이 브람스 곡의 연주와 해석에 있어 정통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한국 현대음악 연주의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관령(평창)/김소민 객원기자 사진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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