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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명화언니 연주에 눈물 왈칵…울까봐 얼굴 못봤죠”

등록 2011-08-01 20:25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차지한 손열음(가운데). 지난 30일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연주했다.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차지한 손열음(가운데). 지난 30일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연주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현장에서
7년만의 협연 정명화·정경화
사모곡 ‘피아노…’ 완벽 연주
손열음, 커튼콜에 앙코르 두번
지난 29일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정경화(사진 맨 왼쪽), 정명화(맨 오른쪽) 자매가 7년 만에 함께 연주하고 있다. 두 사람은 “조만간 ‘정 트리오’ 연주를 다시 들려주겠다”고 했다.
지난 29일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정경화(사진 맨 왼쪽), 정명화(맨 오른쪽) 자매가 7년 만에 함께 연주하고 있다. 두 사람은 “조만간 ‘정 트리오’ 연주를 다시 들려주겠다”고 했다.
지난 29일 오후 알펜시아 콘서트홀. 1부에서 하이든 현악사중주와 재독 작곡가 박영희씨의 <만남 I>이 연주된 뒤, 2부에 정명화·경화 자매가 무대에 올랐다. 이영희 디자이너의 한복 드레스를 입고 상기된 표정으로 등장한 두 사람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둘의 합주 무대였다. 객석 630석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주한 외교사절단 200여명,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을 비롯한 문화계 인사, 일반 관객들로 꽉 찼다.

정경화는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1번>을 고통받는 수재민들에게 바쳤다. 그는 “비 피해를 입은 분들이 부디 희망을 잃지 말기를 바란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으로 활을 움직여갔다. <피아노 트리오 1번>은 ‘정 트리오’를 길러낸 어머니, 고 이원숙씨가 생전에 유난히 좋아했던 작품. 자매의 합주는 2004년 어머니의 85번째 생일 이후 7년 만이었다.

이날 ‘정 트리오’의 정명훈을 대신한 케빈 케너는 1990년 쇼팽국제콩쿠르 우승자 출신으로, 차분하게 두 자매와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1악장에서 상쾌하고 가볍게 도입부를 연 뒤 서서히 장력을 높이며 2악장으로 넘어갔다. 빠른 ‘스피카토’ 주법(활을 현 위에 튕기며 탄력을 이용해 연주하는 것)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청중의 긴장감을 쥐락펴락했다. 3, 4악장에서 절정으로 몰아가는 에너지는 이들의 관록을 느끼게 해줬다. 작은 기교적 실수조차 용납하지 못했던 완벽주의자 정경화는 부상으로 예전의 기교를 잃었지만 대신 여유를 찾았다. 때때로 앙상블 호흡이 어그러질 때조차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방향을 이끌어나갔다. 연주 뒤, 정경화는 한참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너무 황홀해 천당에 오른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도입부에서 언니의 첼로 선율이 흐르는데 눈물이 왈칵 솟구치는 거예요. 연주 전에 찔찔 울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고개를 돌렸죠.”

자매는 “올해 안에 명훈이랑 셋이서 꼭 한번 연주하고 싶어 적당한 장소를 찾고 있다”며 “머지않아 ‘정 트리오’의 하모니를 다시 들려주겠다”고 했다.

이번 축제에는 젊은 연주자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신현수, 클라라 주미 강, 첼리스트 고봉인, 베이시스트 성민제, 피아니스트 손열음, 김태형 등 20대 초중반 연주자들이 대거 나와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었다. 상당수가 국내에서 토종 음악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는 점, 다양한 악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점이 고무적이었다.

지난달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차지한 손열음의 연주는 단연 화제였다. 그는 30일 성시연 지휘로 대관령국제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연주했다. 특유의 야무진 표현력과 탄력 넘치는 타건에 객석은 열광했다. 손열음은 커튼콜이 끊이지 않아 두번이나 앙코르 곡을 연주해야 했다.

젊은 연주자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과 더불어 창립 8년째의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안정권에 진입한 듯하다. 그러나 강효 전 감독이 떠나면서 그가 이끄는 세종솔로이스츠의 수준 높은 앙상블을 들을 수 없게 된 점, 참가 학생이 여전히 아시아 국가에 편중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음악제를 겨울로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두 자매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기대된다. 13일까지.

대관령/글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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