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벽 속의 요정>의 배우 김성녀
김성녀 주연 뮤지컬 ‘벽 속의 요정’
전쟁 비극 따뜻한 동화로 풀어내
전쟁 비극 따뜻한 동화로 풀어내
쏟아지는 공연들 중에서 ‘보고 후회하지 않을’ 공연을 찾기란 사실 쉽지 않다. 다시 봐도 좋은 작품을 찾는 건 더욱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 2005년 첫선을 보인 뒤 각종 연극상을 휩쓸며 호평 속에 관객에게도 사랑을 받으며 매해 재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벽 속의 요정>은 그런 흔치 않은 공연 가운데 하나다. 연기와 노래는 물론, 관객과의 호흡도 훌륭한 배우 김성녀의 이 ‘1인 뮤지컬’이 다음달 25일까지 서울 동숭동 피엠씨(PMC)자유극장에서 한번 더 공연된다.
제목 ‘벽 속의 요정’은 한국전쟁과 이후 좌우익 대립 속에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빨갱이’로 찍혀 집의 벽 안에 숨어서 40년동안 살게 된 아버지를 가리킨다. 아버지는 숨어 살면서 딸의 성장을 지켜보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 몫까지 도맡아 억척스레 생활을 꾸린다. 아버지를 ‘벽 속의 요정 스텐카라친’이라고 믿던 딸은 커 가면서 차츰 그의 존재를 이해하게 된다. 전쟁과 이념 대립이 가져온 비극적인 상황을 한 편의 따뜻한 동화처럼 풀어냈다. 뮤지컬로 소개되지만 대사가 많은 1인극이라는 점에서 연극과 뮤지컬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토대로 한 일본 작가 후쿠다 요시유키의 원작을 극작가 배삼식이 우리 상황에 맞게 재구성했고, 국립극단 예술감독 손진책이 연출했다. 손진책은 김성녀의 남편이기도 하다.
‘관람 포인트’는 단연 예순이 넘은 나이(61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발히 무대를 휘저으며 ‘1인 32역’을 멋지게 소화하는 배우 김성녀다. 여섯 살 여자아이부터 허리 굽은 할아버지까지 능청스럽게 연기하는데, 변검처럼 빠르게 바뀌는 연기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그 특유의 한국적인 음색과 창법으로 표현하는 12곡의 노래도 구성지다. 가족 관객에게 추천할 만한데, 공연장을 잘 찾지 않는 부모님에게도 좋을 공연이다. (02)738-8289.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피엠씨(PMC)프러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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