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원준, 김상돈 작가와 아트 그룹 파트타임스위트의 이미연, 박재영, 이병재 작가. 에르메스재단 제공
‘에르메스 미술상’ 후보 3팀
김상돈, 등산객·철물점 주인 등 소외된 일상 찍어
최원준, 박정희 흉상 소재 막개발 비판 다큐 제작
‘파트타임…’ 속박된 젊음 그린 ‘포스트…’ 출품
김상돈, 등산객·철물점 주인 등 소외된 일상 찍어
최원준, 박정희 흉상 소재 막개발 비판 다큐 제작
‘파트타임…’ 속박된 젊음 그린 ‘포스트…’ 출품
젊은 사진·영상 작가 김상돈씨와 다큐멘터리 작가 최원준씨, 아트 그룹 파트타임스위트는 올해 한국 미술판에서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작가들이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신진작가 등용문인 ‘2011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후보로 뽑힌 세 작가가 지난 8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전시회를 열고있다.
이번 전시는 9월22일 최종 수상자를 가리는 2차 심사를 앞두고 에르메스 지원을 받아 작업한 새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개발독재와 분단 등 한국 사회의 그림자를 조명해온 30대 작가들의 ‘비판적 예술활동’을 엿볼 수 있는 자리이다.
사진, 조각, 설치, 비디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펼쳐온 김상돈(38) 작가는 비디오, 사진, 조각으로 구성된 <솔베이지의 노래>를 내놓았다. 북한산 등산객 모습, 부산의 한 철물점 주인이 톱으로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를 연주하는 모습 등을 찍은 비디오 작업이 눈길을 끈다. 이 8분24초짜리 작품에서 작가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을 경외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요즘 한국의 포퓰리즘에 엄청난 분노를 느껴요. 커뮤니티나 광장이 사라진 지금 시대는 개인의 자리나 역할이 더 중요하지 않나요. 나라가 개인을 책임지지 못하고 경제·문화적 비전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의 자리가 더 중요한 거죠.”
그는 “제 자신이 피난민 3세여서 고향의 뿌리 없음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사라져버린 어떤 것, 사회적으로 이야기되지 못하는 것 등에 대해 늘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최원준(32) 작가는 5·16 군사정변의 발원지였던 서울 문래동을 배경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물레>를 선보였다. 주인공인 영상 작가가 서울 황학동에서 구입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브론즈 흉상을 녹여 총을 만든 뒤 격발실험을 하다 동행한 조각가가 오발사고로 숨진다. 주인공이 숨진 조각가 작업실을 다시 방문해 보니 박정희 흉상이 그 자리에 다시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는 줄거리.
“문래동은 지금은 철공소들이 밀집되어 있지만 일제시대에는 방직공장이 많아 물레라고 불렀대요. 물레가 돌고 도는 것처럼 과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4대강 개발, 디자인 서울 등 무질서한 막개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잖아요.”
그는 “박정희 망령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이 그것을 어떻게 걷어낼 것인가, 근대성을 잘 극복하고 진정한 현대로 갈 것인가, 그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설명했다.
작가 이병재(29), 박재영(27), 이미연(33)씨가 구성한 ‘파트타임스위트’는 젊은 작가들이 처한 불안하고 고단한 현실과 그것을 뒤집는 역설적 가능성을 담은 <포스트-제목없음>을 출품했다. 파트타임스위트란 이름도 그들처럼 갓 대학을 나온 젊은 작가들이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와 작업을 병행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했다.
<포스트-제목없음>은 세 작가가 직접 털실로 짠 조각들을 이어붙여 전시관 천장부터 기둥 형태로 늘어뜨린 <파도>와 13평짜리 전시 공간을 댄스 클럽으로 꾸민 <13평 클럽>, 클럽음악에 맞춰 4시간 동안 시멘트 밟는 퍼포먼스를 촬영한 뮤직비디오 <행진댄스>로 꾸며졌다. 특히 <13평 클럽>에서 흥을 돋우는 퍼포먼스 영상 <행진댄스>는 허울 좋은 자율의 이름으로 환영받고 속박되는 예술과 젊음을, 노동인지 행진인지 운동인지 모를 복잡한 춤으로 곱씹는다. “구걸하거나 빌리거나 훔칠 수도 없는 클럽/ 열심히 발로 하는 현실/ 마음대로 발로 하는 작업/ 우리는 시키지 않아도 행복하고/ 알아서 굶기도 한다”는 랩 가사가 와닿는다.
이미연 작가는 “<행진댄스>에 등장하는 특수 시멘트는 일반 시멘트보다 빨리 굳기 때문에 우리는 4시간 동안 발을 멈출 수가 없었다”며 “작가의 예술활동이 우리 사회의 속도전을 멈출 수는 없지만 늦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10월4일까지. (02)544-7722.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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