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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청년실업 등 문제 회피하는 우리 모습 노래”

등록 2011-08-16 21:48

김창완
김창완
새 앨범 ‘단 잇’ 낸 김창완 밴드
현실도피적 내 자신에 반성 촉구
‘새 사운드’ 강박관념서 벗어나
‘산울림’ 시절 특유의 향취 담아
산울림 데뷔 30돌 기념공연을 한 이듬해인 2008년 1월, 캐나다에서 청천벽력이 날아들었다. 삼형제 그룹 산울림의 막내 김창익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떴다는 소식이었다. 맏형 김창완(사진)은 “더는 산울림의 이름으로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김창완밴드를 따로 결성해 그해 말 첫 앨범 <더 해피스트>를 냈다. 이듬해 두번째 앨범 <버스>를 발표했다. 음악이나 활동 방식에 있어 산울림보다는 동시대 인디밴드에 더 가까웠다.

16일 김창완밴드가 2년 만에 내놓은 세번째 앨범의 제목은 <단 잇>이다. 영어 욕설 ‘댐 잇’을 순화한 표현으로, 우리말로 치면 ‘제기랄’ 정도 된다. 김창완은 타이틀곡 ‘단 잇’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학교를 다니고 학원을 다니고 대학을 나오고 직장엘 다녀도 아무것도 모르겠네. … 언제 내가 어른이 돼버린 걸까. 차라리 내가 사라져버리면 어떨까.”

김창완은 말한다. “청년 실업, 환경 문제, 동일본 대지진 같은 자연재해, 통상 마찰, 테러…. 국내외 여러 복잡하고 중요한 현안 앞에서 무력하고 현실도피적인 나 자신의 모습, 우리들의 자화상을 노래했어요. 반성을 촉구하고 싶었던 거죠.” 말하자면, 김창완식의 사회참여 독려 메시지인 셈이다.

김창완이 홀로 기타를 뜯으며 읊조린 ‘녹슨 자전거’에선 이전 김창완밴드 앨범과 달리 산울림 특유의 향취가 물씬 난다. 김창완 스스로도 “‘독백’, ‘청춘’, ‘회상’ 등 서정적인 산울림 발라드의 원류를 잇는 곡이라는 평이 많다”고 설명한다.

“김창완밴드 첫 앨범과 두번째 앨범 때는 산울림과 다른 사운드를 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을 만들고 나니 산울림 색깔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더군요. 이제야 김창완밴드가 모색기를 지나 산울림과의 접목을 통해 밴드 성격을 규정한 것 같아요. 다음에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같은 실험적인 곡들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모두 여섯 곡이 실린 앨범의 마지막은 연주곡 ‘아리랑’이 수놓는다. 이번에 새로 합류한 45년 관록의 드러머 강윤기의 힘찬 북소리가 중심을 잡고, 그 위로 화려함 대신 여백의 미를 살린 기타가 유유자적 노닌다. 여지껏 수많은 록 버전 아리랑이 있어왔지만, 김창완밴드의 ‘아리랑’은 그 어느 것보다도 독창적이고 인상적이다.

“김창완밴드 결성 때부터 ‘아리랑’을 해보자고 결심했지만, 워낙 위대한 선율인지라 아무리 구부려도 휘지 않는 쇠막대처럼 여러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어요. 그러다 동양적 음색과 비슷한 느낌의 12줄 기타를 무조건 샀어요. 그래도 성이 안 차던 와중에 ‘지(G) 오픈 튜닝’(개방현이 지 코드가 되도록 조율하는 것)을 하고 한번 스윽 긁으니까 ‘아리랑’이 머릿속에서 나오는 거예요. ‘이거다!’ 싶었죠.”

김창완은 크라잉넛, 이적, 장기하, 알리 등 후배 가수들이 오는 11월께 발매될 헌정음반 <리본 산울림>에 참여하는 데 대해 “너무 고마운 일”이라며 “한 세대가 지나고 나니 비로소 산울림이 노래했던 그 시절의 아픔과 청춘의 불안을 후배들도 공감하고 재조명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수십 세대를 이어주는 ‘아리랑’처럼 산울림 음악도 세대를 이어주는 선율이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산울림 데뷔 35돌을 맞는 내년에는 후배 밴드들과 더 활발하게 교류할 계획입니다. 기회가 되면 후배들과 컬래버레이션(공동작업)도 해보고 싶고요. 35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만 조명되기보다는 틀을 싫어하고 경향을 좇지 않는 게 경향이었던 산울림 음악 자체가 재조명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파리엔터니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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