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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사람] “음악의 목표는 기교 아닌 의미찾는 것”

등록 2011-08-26 19:42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좌교수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좌교수
4년만에 방한한 ‘건반위의 철학자’ 러셀 셔먼
상업성 거부한 세계적 연주가
‘한국인 아내·제자’ 등 인연
“경력 쌓으려 음악해선 안돼”
팔순을 넘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사진·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좌교수)에게 보낸 이메일 답장은 한글로 쓴 팩스로 돌아왔다. 같은 학교 교수인 아내 변화경(64)씨의 필체였다. 변씨가 남편의 답을 직접 받아, 의미를 한 자 한 자 되새겨 적어 넣은 것이다. 사제지간으로 만나 결혼한 뒤 30년 넘게 동료 교수·연주자로서 소통해온 두 사람은 늘 그렇게 함께였다.

이들 부부가 4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셔먼은 새달 22일 부산문화회관과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스트와 슈만의 작품들로 독주회를 연다. 4년 전 공연에서 들려줬던 두 작곡가의 작품을 또다시 고른 이유를 물었다.

“이번에 연주할 슈만의 <판타지>와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비(b)단조>는, 두 거장이 서로에게 헌정한 곡입니다. 두 곡은 서술적인데 슈만 작품이 도스토옙스키 소설처럼 개인적이라면 리스트의 작품은 톨스토이 소설처럼 광대하지요.”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는 매우 기교적인 곡.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테크닉을 과시하려고 연주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그는 “이 소나타 안에서는 시의 혼과 구조, 이야기가 최상의 경지에서 만난다”면서 “단지 기교를 자랑하려는 것은 잔인하고 무지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셔먼이 ‘건반 위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얻은 건, 이처럼 인문학적 발상과 독창적 해석력을 선보인데서 비롯한다. 그는 15살에 콜롬비아대학에 입학해 인류학을 전공하고 20대 초반엔 문학비평에 몰두했다. 20대 중후반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얻은 뒤에도 인문학 연구를 계속한 이력은 연주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현대로 올수록 현란한 테크닉 위주로 승부하는 피아니스트가 늘면서 그는 본의 아니게 ‘튀는’ 연주자가 됐다. 연주회가 상업화하고, 어느 악단과 어떤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게 성공 지름길이라는 게 모범답안처럼 제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늘 ‘역주행’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20대 초반 명성을 얻다가 돌연 연주를 중단한 채 10여 년간 교편만 잡았다. 40대에 무대에 복귀한 뒤에는 세계적 지휘자들의 러브콜에도 아랑곳 없이 소신대로 독주회 중심 연주를 해왔다. 연주 일정이 빡빡한 오케스트라가 협연자와 리허설 한번 한 뒤 청중 앞에 서는 관행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난 한번의 연습으로 모든 가능성을 다 소화할 능력이 없어요. 보편적인 해석으로 서로가 편하게 음악을 해결해 버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음악의 의미를 찾는 것은 음악인의 첫번째이자 마지막 목표입니다. 커리어(경력)는 음악에 대한 애정과 노력의 결산일 뿐 커리어가 목적이 되는 음악을 해서는 안 됩니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씨 등의 스승으로도 알려진 그는 “내년에는 한국인 2세 작곡가 얼 킴(하버드대 석좌교수)이 피아노 듀오로 편곡한 말러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마스트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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