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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명품건축 올레여행 ‘광주 폴리’로 떠나요

등록 2011-09-01 20:22

아이젠먼 등 ‘세계적 건축가’ 10명 참여
담양 소쇄원서 영감 ‘소통의 오두막’ 등
정체된 도심에 변화와 활기 불어넣어
* 광주 폴리 : 디자인비엔날레 도심재생 프로젝트
광주광역시의 궁동 김재규경찰학원 앞에는 요사이 빛고을 역사를 머금은 등대 모양 탑이 들어섰다. 옛 광주읍성의 서원문 터였고, 5·18 당시 광주의 진실을 왜곡 보도하다 성난 시민들에 의해 불타버린 옛 광주 문화방송국 자리다.

탑을 세운 건축가 플로리안 바이겔은 터에 어린 역사적 내력을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이 등대 모양의 ‘서원문 제등’이다. 한국 석등에서 영감을 얻은 이 조형물의 맨 아래층엔 작은 5·18 기념비를 안치했다. 5·18 정신이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이끈 등불이었음을 일깨우려 한 것이다. 그는 경기도 파주출판도시 프로젝트 등에도 참여해 한국과 친숙하다.

지금 광주 도심 곳곳은 국내외 건축 대가들의 명품 건축물로 새롭게 단장되고 있다. 2일 막을 올린 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특별 프로젝트인 어번폴리(광주폴리)의 작품들이다. 폴리는 ‘사람들이 전혀 시도하지 않은 우스꽝스러운 건물’이라는 뜻. 광주라는 도시의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담은 소규모 디자인 건축물들을 곳곳에 세워 생기를 잃어가는 도심을 재생시키려는 시도이다. 단순 전시물이 아니라 도시의 공공영역으로서 시민들이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기능과 장식 기능을 두루 갖췄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세계적인 건축거장 피터 아이젠먼, 미국 엠아이티(MIT)건축대학장 나데르 테흐라니, 조성룡 도시건축 대표 등 국내외 중견 건축가 1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거의 사라진 옛 광주읍성 터를 따라 각자 개성이 깃든 건축물 10개를 설치했다. 읍성 터는 지난 40여년간 광주의 행정과 상업 중심지였지만, 도심 공동화로 쇠락해왔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정체된 혈맥에 침을 놓듯 적재적소에 명품 건축물을 세워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했다. 광주폴리 큐레이터인 건축가 김영준씨는 “광주폴리는 눈으로 보는 조각이 아니라 무언가 삶에 개입할 수 있는 장치”라고 의미를 풀었다.

김영준 큐레이터의 해설을 들으며 폴리 10곳을 따라 1.3㎞를 1시간 남짓 걸었다. ‘폴리 투어’는 21세기 디자인 건축을 순례하는 문화 올레여행이다. 출발지는 장동사거리. 노르웨이 뭉크미술관 등을 설계한 스페인 건축가 후안 에레로스가 세운 ‘소통의 오두막’이 눈에 들어온다. 전남 담양의 소쇄원과 한옥의 굴뚝 등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는 오두막은 나뭇가지를 가로지르는 곡선 형태로 자리 잡고있다. 자연과의 공존, 열린 공간 등이 돋보인다. 조명, 음향기기 등을 갖춰 낮엔 조형물, 밤에는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을 비추는 조명 구실을 하게 된다.

서울 이화여대 지하캠퍼스를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옛 광주시청 사거리에 ‘열린 공간’을 차렸다. 광주폴리의 취지를 살려, 한국 고전 건축물의 나무 기둥, 누각과 처마에서 디자인을 빌려왔다. 포장마차 같은 황금빛의 개방된 박스 구조물은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 지구의 입지 조건을 고려한 듯하다. 서울올림픽미술관 소마, 광주 의재미술관의 설계자인 조성룡씨가 옛 환락가인 황금동 콜박스 사거리에 옛 읍성 지도를 담은 금속판 설치물 ‘기억의 현재화’를 심어놓은 풍경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거장 피터 아이젠먼이 충장로 파출소 앞에 설치한 ‘99칸’은 인근 상가 상인이 간판 상호를 가린다고 반대해 구조물만 세운 채 공사가 중단됐다. 100개 칸이 프레임(틀)만으로 연결되는 이 독특한 구조물은 한국의 옛 전통건축에서 영감을 얻은 프로젝트의 간판 작품격이지만, 생업 현장의 현실과 부딪혀 개막 뒤에도 당분간 미완으로 남게 됐다.

한국과 중국의 건축가 승효상씨, 아이웨이웨이가 공동감독을 맡은 이번 비엔날레는 10월23일까지 열린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따온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 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를 주제로 세계 44개국 작가 129명과 74개 기업이 현대 디자인의 새로운 실험 마당을 펼쳐 보이게 된다. www.gb.or.kr, (062)608-4223.


광주/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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