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팀 아이텔의 작품 ‘탁자 주위의 다섯 남자’ 일부. 도판 학고재 제공
팀 아이텔 아시아 첫 개인전
‘뉴라이프치히파’ 대표화가로 ‘현대인 풍경’ 주목
노동자 등 소외된 존재의 상실감 담담히 그려내
‘뉴라이프치히파’ 대표화가로 ‘현대인 풍경’ 주목
노동자 등 소외된 존재의 상실감 담담히 그려내
어두운 카페 구석 탁자에 젊은 남자 다섯이 둘러앉았다. 셋은 등을 돌리고 있고, 둘은 엎드렸거나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다. 왠지 고독하고 우울해 보인다. 이들은 왜 모였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2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 ‘더 플레이스 홀더스’를 열고 있는 독일 출신 작가 팀 아이텔(40·사진)의 유화 <탁자 주위의 다섯 남자>(2011)는 음울한 현대인의 풍경이다.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지쳐 잠든 노동자, 어두운 뒷골목 노숙자, 낯선 장소에서 방황하는 여행자의 모습 등이 눈에 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작품들을 보고 외로움, 소외감 등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혼자만의 존재’였다. 자신을 둘러싼 복잡한 것들로부터 벗어나 혼자만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하다. 뒷모습을 그리는 것도 이러한 이야기의 연장선이다.”
지난 주말 한국을 다녀간 작가는 출품작들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팀 아이텔은 네오 라우흐, 아나 테세노 등과 더불어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독일 ‘뉴라이프치히파’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하나다. 독일 함부르거반호프현대미술관, 미국 세인트루이스미술관 등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을 열었고, 도이체방크 컬렉션 등 유명 컬렉션에도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이번 개인전은 팀 아이텔의 작은 회고전에 가깝다. 작업 초기인 2001년부터 현재까지의 작업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 16점을 내걸었다. 작품들은 현대사회에서 외면받는 존재들로 차 있다. ‘하나의 장소, 상황 속의 주인공들과 그들이 남긴 흔적’을 뜻하는 전시 제목처럼 그는 현대인의 상실감, 우울, 소외, 분노 등을 냉정하고 담담하게 표현한다.
그의 회화에서 영감을 낳는 가장 주된 수단은 카메라다. 작가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자신의 주변을 찍는다고 했다. 이 작업의 결과물은 기억의 실체로 남아 작품 소재로 활용된다. 사진 속의 인물과 장소들은 사진의 기존 문맥에서 벗어나 화폭 위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재구성된다. <한겨레>와의 메일인터뷰에서 작가는 “재구성된 세상은 모호한 배경과 인물들로 채워진다”며 “내 작품 속의 인물들은 당신이 아는 누군가이거나 당신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는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놓고 싶다. 사람 앞모습을 그린 초상화 앞에 서면 관객들은 작품 속 인물은 누구인지 그가 하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궁금해하고 그것을 알아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하지만 등을 돌리고 있는 인물이 작품 속에 등장했을 때 그가 바라보는 곳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관람객은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옛 서독 출신인 그는 뉴라이프치히파의 중심지인 옛 동독 지역의 라이프치히 시각예술대학에서 미술을 배웠다. 바흐나 멘델스존과 같은 음악 거장이 활동했던 라이프치히는 통일 전 동독의 대표 도시이자 북동부 유럽의 산업물류 관문이었다. 그러나 통일 뒤 현지 주민들은 높은 실업률과 빈부격차, 경쟁주의에 정신이 피폐해져 갔다. 작가는 라이프치히에서 생활하면서 옛 사회주의 체제를 그리워하는 현지 주민들의 고독한 모습을 보았을 터다. 작가는 “나의 바람은 동·서독인들의 관계가 전체적으로 회복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 부분이 오늘의 독일인들에게는 가장 큰 도전일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에게 작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러자 “나는 자유를 재현해 볼 뿐이다. 회화의 한 부분에 관람객이 각자 자유롭게 생각을 그려볼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해 보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0월23일까지. (02)739-4937.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독일 출신 작가 팀 아이텔(40)
그에게 작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러자 “나는 자유를 재현해 볼 뿐이다. 회화의 한 부분에 관람객이 각자 자유롭게 생각을 그려볼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해 보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0월23일까지. (02)739-4937.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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