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정의 조각 ‘무제’(1988)와 드로잉 ‘무제81-5’(1981). ⓒ소마미술관
조각은 3차원적인 공간에 실재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조각가들은 그의 작품이 공간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낼지를 고민한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마미술관이 9일부터 올림픽공원에 소장된 조각작품 중 국내 작가 19명의 드로잉을 선보이는 ‘조각가의 드로잉’전을 열고 있다. 드로잉이 작가들이 작품을 구상하고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인 만큼, 조각가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어떻게 조각품으로 수렴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인 셈이다.
강은엽, 강태성, 김영원, 김청정, 박불똥, 박상숙, 박석원, 엄태정, 윤석남, 이승택, 이우환, 이종각, 이종빈, 이형구, 전준, 조성묵, 최만린, 최인수, 홍성도 등 국내 조각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드로잉과 조각, 설치 등 100여점을 내놓았다. 모두 3부에 걸쳐 조각 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했다.
1부 ‘조각적 구현을 위한 드로잉’에서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작품과 공간의 조화까지 고려해야 하는 조각가들의 사고와 행위를 관찰할 수 있는 작품들을 전시했다.
2부 ‘독립된 장르로서의 드로잉’에서는 단순히 밑그림의 차원을 넘어서 독립된 장르로 확장된 다양한 드로잉 작품을 모았다. 모더니즘 미술의 권위에 대항하여 모든 제약과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었던 작가들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3부 ‘조각적인 것의 개념 확장을 위한 드로잉의 역할’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설치미술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오늘날에 전통적인 조각 개념의 해체와 새로운 해석의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모았다.
정나영 큐레이터는 “조각공원의 조각 작품들에서 ‘중력’과 ‘덩어리’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조각의 개념을 살펴볼 수 있다면, ‘조각가의 드로잉’전이 열리는 미술관 전시실에서는 현대로 오면서 전통적인 조각 개념의 해체 등 점차 확장되어가는 조각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20일까지. (02)425-1077.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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