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하지만 견고한 작은 유리병 안에 2000여개의 작은 모형이 떠 있는 <눈물들>(2002)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 ‘마이웨이’전
소년은 사제의 길을 꿈꾸던 신학생을 사랑했다. 그러나 연인은 종교적 신념과 사랑의 감정 사이에서 고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랑하는 이의 비극적인 죽음은 소년의 전 인생에 상처로 남았다. 소년은 그 뒤 미술가의 길을 걸었고, 20여년이 흐른 2006년 비로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했다.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옛 로댕갤러리)에서 세계 순회전 첫 전시 ‘마이 웨이’를 열고 있는 프랑스 스타작가 장미셸 오토니엘(47)의 이야기이다. 전시장에는 작가가 20년 넘게 미술을 통해 개인적 상처를 치유해온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그가 진정한 첫 작품이라 여긴다는 사진 <사제복을 입은 자화상>(1986)은 20여년 전 떠나간 연인에 대한 애도이자 자기 치유의 행위로 탄생했다고 한다. 또 그가 1986년 디자인하고 누이가 바느질해 만든 사제복도 설치작품 형식으로 전시했다. 작가는 “젊은 사제는 내 작품 활동의 토대가 되는 주제”라고 털어놓았다.
전시는 오토니엘의 25년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중간 회고전으로 꾸며졌다. 1980년대 초기작부터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상처를 녹여낸 설치, 드로잉, 비디오 퍼포먼스 등 60여점이 내걸렸다. <글로리 홀>(1998)을 비롯해 <유두 회화>(1995) 등은 젖꼭지나 구멍, 입술 등 성적 요소를 강조한 작품들이다. 상실의 고통, 부재하는 신체에 대한 갈망과 집착 등을 보여준다. “나의 작업은 유혹과 혐오 개념을 유희한다”고 작가는 귀띔했다.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위해 만든 <상처-목걸이>(1997), 연약하지만 견고한 작은 유리병 안에 2000여개의 작은 모형이 떠 있는 <눈물들>(사진·2002) 같은 거대한 유리구슬 작품은 영롱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작가 자신의 자전적 삶을 반영한 진지한 주제의식이 담겨 있다.
오토니엘은 28살이던 1992년 9회 카셀 도쿠멘타 초대작가로 참가하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2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지하철역 입구에 몽환적인 유리구슬 설치물 <여행자들의 키오스크>(2000)를 설치해 화제를 모았고, 지난 3월에는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이 미술관 사상 최연소 작가 회고전을 열기도 했다. 11월27일까지. (02)2014-6552.
정상영 기자, 도판 갤러리 플라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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