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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마을로 간 예술, 공동체의 상상력을 캐내다

등록 2011-09-15 20:18

논아트 밭아트 프로젝트팀이 지은 농사용 연못 ‘코르뷔제 오붕지’에서 오리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건물은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작품 빌라 사보이를 본따 만들었다.
논아트 밭아트 프로젝트팀이 지은 농사용 연못 ‘코르뷔제 오붕지’에서 오리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건물은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작품 빌라 사보이를 본따 만들었다.
‘논아트밭아트 프로젝트’
남양주 ‘광릉내 마을’ 3곳서 공동정원·벽화 등 작업
광릉숲 주제로 이주노동자 등 주민 간 소통 끌어내
올해 초 한무리의 예술가들이 경기도 광릉숲 들머리로 달려갔다. 그들이 간 곳은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내의 ‘광릉내 마을’ 3곳. 이들은 당찬 꿈을 품었다. 원래 주차장 등으로 개발하려던 부평1리 광천마을의 시유지 하천부지 1200여평을 공동 정원과 연못, 마을학교, 텃논 형식의 자연생태 공공공간으로 바꾸려는 것. 하천 옆 빈터를 일궈 논으로 만들고 오리농법으로 농사짓고 텃밭을 꾸몄다.

지난 주말 읍내 부평1리를 찾았다. 이곳 마을회관 뒤편 논 400평 한가운데 작은 연못에는 오리 20마리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곳 논은 ‘철없는 논’이란 별명이 붙었다. 예술가들이 작물의 수확량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려고 하자 마을 사람들이 놀리며 붙여준 이름이다. 작가들은 ‘철없는 농사꾼’이 됐다. 이 ‘철없는 논’ 한가운데 있는 ‘코르뷔제 오붕지’(오리와 붕어가 있는 연못)에서 오리들은 신나게 미끄럼을 타고 있었다.

부평1리와 2리 사이에 자리잡은 팔야 2리 골목길은 한때 흥청거렸던 동네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지금은 공장들과 상업지역을 잇는 길로 이주 외국 노동자들이 다니는 통행로다. 그들이 사는 자취방과 그들이 운영하는 식료품 가게들이 몰려 있다. 골목에 들어서자 농협 하나로마트의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부평2리까지 1㎞에 이르는 골목길에는 낡은 벽과 철제 대문, 간판 등마다 화가, 주민들 아이디어를 모은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신주한, 이구영, 우명희, 도우리(안정혜), 김대환씨 등 작가들이 참여한 ‘소심정원’의 풍경이다. 길다례 작가는 낡은 벽 가운데 전력량계 파이프를 나무로 표현하고, 그 위에 새를 그려놓아 거리의 작은 숲으로 꾸몄다.

팔야2리 골목길에 있는 한 낡은 주택의 벽을 거리의 작은 숲으로 꾸민 벽화. 길다례 작가의 작품이다.
팔야2리 골목길에 있는 한 낡은 주택의 벽을 거리의 작은 숲으로 꾸민 벽화. 길다례 작가의 작품이다.
이 색다른 공공미술 작업들은 경기문화재단이 남양주시와 함께 광릉 숲둘레 마을에서 벌이는 ‘논아트 밭아트’ 프로젝트. 조선시대 왕가와 관련이 깊은 광릉내는 600년이나 된 커다란 숲과 광릉, 봉선사, 왕숙천이 있고 골골이 전설과 역사가 남아 있다. 그러나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옛적 자취, 자연과의 조화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공공미술 1세대 작가인 박찬국(53) 예술감독이 이끄는 프로젝트팀은 이곳에서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예술가와 소통하는 커뮤니티 아트를 심고 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개인 간의 소통으로 지속 가능한 공존을 찾자는 작업이다. 박 감독은 “생활 방식이 다른 원주민과 이주민, 이주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려고 한다”며 “광릉 숲을 공통 주제로 내세워 주민들이 서로 존중하며 상상력을 공유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철없는 논, 답없는 밭’에서 키우는 벼와 달랑무 등 농산물은 공연장과 장터로 이용되는 ‘카페 씨’에서 주민들이 제안한 음식 메뉴로 가공된다. 앞으로 밭은 주민들 의견을 모아 다양한 상상력을 심는 작업장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논아트 밭아트’는 최근 시유지인 하천부지 점유권을 주장하는 몇몇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공작소 알’과 밭 공원의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미술평론가 전승보씨는 “원주민과 신이주민들이 지역 구성원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찾아내고 심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며 “꾸준한 소통을 통해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숲 닮은 마을을 만들려는 ‘철없는 예술가들’의 실험이 어떤 결실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남양주/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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