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오른쪽)이 16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주호 서울시향 대표이사.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조선예술교류협과 의향서 체결…통일부 “구체화때 판단”
지난 12~15일 북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명훈(58)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유니세프 친선대사가 남북한 연주자들로 이뤄진 합동 교향악단 연주회를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북한 쪽과 의견을 모았다고 16일 밝혔다.
정 감독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조선예술교류협회 관계자들과 남북한 연주자 동수로 구성되는 합동교향악단의 정례적인 연주회 추진, 젊고 유망한 북한 연주가의 발굴·육성 등에 대한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전했다.
그는 합동 공연 성사 가능성에 대해 “이번 방북으로 음악적, 인간적 차원에서 서로 교류를 원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뜻있는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남북의 교향악단 단원들이 만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마음으로선 올해 연말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을 서울과 평양에서 같이 연주하면 좋겠다”며 남북 합동 연주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또 방북 배경에 대해 “프랑스 전 문화부 장관 자크 랑이 북한 음악가를 소개해 (방북에) 큰 도움을 줬다”며 “이전에도 (북한에) 가려고 했지만 막판에 안 되곤 했는데, 안 풀리던 일이 2주 만에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정씨와 함께 방북했던 김주호 서울시향 대표이사는 이와 관련해 “순수 민간예술교류 측면에서 이야기했으며, 북쪽 당국자와는 만나지 않았다”며 “남북 당국의 승인이 있어야 (합동 공연에 대한)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북한에 머무르는 동안 북한의 국립교향악단, 은하수관현악단의 리허설 연주를 지휘했으며, 은하수관현악단 단원 7명에 대해 연주력 평가 차원의 오디션도 진행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 음악가들의 수준이 높다. 북한 젊은 음악가들의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지금 단계에서 정부가 입장을 표명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합동 공연 일자 등 구체적 계획이 북쪽과 합의되면 그때 가서 승인 지원 여부 등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박보미 박병수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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