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새달 5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시작으로
‘모스크바 필’ 등 10~11월 잇단 내한 공연
‘모스크바 필’ 등 10~11월 잇단 내한 공연
서늘한 가을 기운 스며들면 국외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하나둘 한국을 찾는다. 서양 악단의 정기 시즌은 국내 단체들과 달리 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시즌 초반 해외 투어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 땅의 가을 날씨도 교향악을 즐기기에 좋다. 청명한 하늘과 상쾌한 공기, 물든 단풍 등으로 한껏 고조된 감수성은 음악회의 감동을 한층 배가시켜 준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 모스크바 필하모닉은 11월 나란히 한국을 찾는다.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악단인 상트페테르부르크 필은 11월8,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연주한다. 모스크바 필은 11월11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11일), 서울 예술의전당(13일), 서울 강동아트센터(15일),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12일), 구미문화예술회관(17일), 부산문화회관(17일)을 순회한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6번> <바이올린협주곡>과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사드코> 등이 레퍼토리다.
러시아 악단들은 해외 연주 때 자국 작곡가들 작품을 즐겨 연주한다. 특유의 멜랑콜리한 정서가 한국인의 감성과 잘 맞아 내한 연주 때마다 호응이 높다. 이번 무대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필은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모스크바 필은 집시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명한 요제프 렌드바이와 호흡을 맞춘다.
독일 오케스트라는 오랜 역사를 깔고 탄탄하게 쌓은 레퍼토리와 장중한 소리가 특징. 역시 자국 작곡가들 작품을 주로 연주하면서 정통 독일 고전음악을 어떻게 계승해왔는지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1월 찾아오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악단 베를린 필의 내한 레퍼토리는 색다르다. 11월15,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각각 오를 이들은 말러와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 라벨 모음곡 <거울> 등으로 다채로운 빛깔을 보여줄 예정이다. 2008년 내한 당시 브람스 교향곡 전곡 연주로 독일 음악에 독보적인 면모를 과시했지만, 이번엔 방향을 크게 틀었다. 말러와 브루크너 교향곡들은 두 거장의 생애 마지막에 인간 숙명을 극복한 초월적 경지를 표현한 곡으로,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은 10월5, 6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서울세종문화회관에서 정통 독일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마레크 야노프스키 지휘로 브람스의 <교향곡 3번>,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등을 들려준다. 피아노 협연자로는 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에 입상한 조성진이 무대에 선다.
멜버른 심포니와 더불어 오스트레일리아 오케스트라의 양대 축인 시드니 심포니도 처음 한국에 온다. 아직 뚜렷한 색채감을 지니지는 못했지만, 영연방국가로서 영국 악단의 영향을 받아 큰 발전을 이룬 악단이다. 거장 아슈케나지가 이끄는 이번 내한 공연은 협연자 진용이 화려하다. 팝스타 못지않은 인기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과 정상급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11월15,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번갈아 함께 선다. 키신은 대표 레퍼토리인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마이스키는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1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피아노의 신(神)’으로 불리는 키신이 국내 공연에서 처음 오케스트라 협주를 들려준다는 점이 기대를 모은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naver.com
사진 빈체로ㆍ크레디아ㆍ마스트미디어 제공
왼쪽부터 모스크바 필하모닉, 시드니 심포니,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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