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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시간을 지우는 알

등록 2011-09-22 20:18

경원대 미대 교수인 조각가 윤영석(55)씨
경원대 미대 교수인 조각가 윤영석(55)씨
조각가 윤영석 ‘타임리스니스’전
‘렌티큘러’ 작품 20여점 등 선봬
그림 속의 알은 영원을 품은 채 고요히 잠들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 시선을 주자 그 알은 가볍게 움직이더니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듯하다. 경원대 미대 교수인 조각가 윤영석(55·사진)씨의 렌티큘러(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는 이미지) 작품이다.

“그동안 추구해 왔던 시간과 생명에 대한 구체적 질문을 던지는 작업들입니다. 시간이란 실재하지 않는, 철저한 개념일 뿐입니다. 그 개념이 사라진 상태야말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영원성’이라는 것이죠.”

윤씨는 “반복과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며 “관객들이 시지각에 대한 새로운 변화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가의 근작들은 지난 15일부터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마련된 그의 개인전 ‘타임리스니스’(영원성)에서 선보이고 있다. 2007년 로댕갤러리(현 플라토)에서 ‘3.5차원의 영역’전을 연 뒤 4년 만이다. 시간에 대한 개념을 재해석한 렌티큘러 작품 20여점과 조각 3점, 디지털 드로잉 10여점이 나왔다.

출품작들의 주된 특징인 렌티큘러는 인간의 두 눈 사이 시차에 따라 생기는 착시나 착각을 이용한 이미지 기법이다. 그는 여러 장의 사진을 중첩해 평면적인 이미지를 입체감 있게 가공한 뒤 렌티큘러 렌즈에 코팅해 3차원의 효과를 냈다.

“얇은 그림판을 보고 사람들이 시각적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 있어요. 사실 저 그림 속 알은 전혀 움직이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 이미지들이 움직이는지 보려고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게 굉장히 역설적이고 흥미롭지 않습니까?”

윤씨의 렌티큘러 작업은 인간의 존재론적인 문제를 건드린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두 눈이 지각하는 시간과 움직임 속에서 영원이라고 믿어온 것이 그의 작품들 속에서는 흔들린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것들, 인간이나 사물의 본성과 관성, 정의나 도덕, 믿음 등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그런데 왜 시간 이야기를 알의 이미지로 풀어내려고 했을까? 작가는 “알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라고 한다. “생명, 시원이나 시간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신비함, 이런 것들을 담는 아이콘으로는 아주 적격”이라는 설명이다.


전시장에서는 거대한 알에 동물의 뼈를 새겨넣은 색다른 조각품도 눈에 띈다. 유전자 조작 등으로 여러 생명의 본질을 작위적으로 뒤섞는 지금의 복제 세상을 풍자한 것이다. 또 거대한 총알에 동물 뼈를 이식한 작품은 다른 생명을 빼앗는 총알과 로켓에는 인간의 욕망이나 공격 본능이 뼛속 깊이 배어 있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10월16일까지. (02)725-1020. 글·사진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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