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영화의 전당 ‘4000t짜리 학사모’ 쓰다

등록 2011-09-22 20:20

부산 해운대구 우동 수영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영화의 전당 야경. 축구장 크기의 거대한 지붕인 빅루프가 앞으로 돌출된 학사모 형태의 건물이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수영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영화의 전당 야경. 축구장 크기의 거대한 지붕인 빅루프가 앞으로 돌출된 학사모 형태의 건물이다.
부산영화제 전용 상영관 가보니
보기 드문 ‘해체주의풍’ 건축
기둥 1개가 현무암 지붕 지탱
학사모 연상 ‘캔틸레버’ 구조
“광장 자체를 들어올렸다”
거대한 광장이 떠올라 세계 최대의 지붕이 된 건물. 다음달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용 상영관으로 최근 모습을 드러낸 영화의 전당에 국내외 건축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의전당은 1995년 국제공모 당시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건축 설계 회사인 코오프 히멜블라우가 제안해 당선된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해체주의 스타일의 대형 건축물. 코오프 히멜블라우는 독일의 자동차회사 베엠베(BMW)사의 종합전시장인 독일 뮌헨의 베엠베 벨트, 유럽중앙은행, 미국 애크런 아트 뮤지엄 등을 설계한 세계 정상급 건축 설계 회사이다.

오는 29일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로 분주한 영화의 전당을 21일 미리 찾아갔다. 독일 유학 뒤 부산에서 활동해온 젊은 건축가 김승남(46·일신설계 대표)씨가 동행했다.

‘학사모 건축물’로 이미 소문난 영화의전당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 수영강변에 있다. 강변에 이르자 멀리서부터 거대한 현무암 지붕이 눈을 사로잡는다. 정말 지붕 모양이 학사모나 고인돌을 연상시킨다. 가까이 다가가자 축구장 크기의 ‘빅 루프’(큰 지붕) 한쪽이 하나의 기둥에 받쳐져 있고 나머지 다른 한쪽은 허공에 떠 있다. ‘캔틸레버’라는 돌출된 건축 구조다. 그 기둥인 ‘더블콘’은 아이스크림 콘 두 개가 맞물려 있는 듯한 모습이다.

길이 163m, 폭 62m의 이 초대형 지붕은 조형감을 꾀하려고 뒤가 목젖처럼 축 처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아래에 주요 공연장과 사무실들로 쓰이는 시네마운틴과 비프 힐이 들어섰다. 지상 9층 시네마운틴은 하늘연극장(841석), 중극장(413석), 소극장(212석) 시설이다. 또 지상 4층 규모의 비프 힐은 주로 사무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다.

김 교수는 “영화의 전당 건축의 핵심은 도시의 인공적 공간에 산과 언덕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 전부를 지붕으로 덮어놓되 그 안이 내부 아닌 외부 공간이 되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거대한 지붕을 기둥 하나로만 떠받치는 구상은 결국 “지붕 아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데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무게 4000t이나 되는 빅루프를 지탱하는 유일한 기둥인 더블콘의 모습. 아이스크림 콘 두 개가 맞물려 있는 듯한 독특한 모습이다.
무게 4000t이나 되는 빅루프를 지탱하는 유일한 기둥인 더블콘의 모습. 아이스크림 콘 두 개가 맞물려 있는 듯한 독특한 모습이다.
영화의 전당은 무게 4000t이나 되는 세계 최대의 지붕을 이고 있다. 기네스북에 등재를 추진중이라는 이 초대형 지붕을 한 기둥이 지탱하기에는 위태롭지 않을까. 기초 설계에 공동참여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1본부의 신동영(40) 팀장도 “설계·건설 과정에서 거대 구조의 지붕을 올리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기둥인 더블콘 밖으로 길쭉하게 튀어나온 빅루프의 엄청난 덮개를 지상 조립한 뒤 공중에 통째로 들어올려 두개의 기둥으로 받치고 조립했다고 한다.

빅루프 아래 주 광장인 ‘두레라움’에는 유사시 ‘슈퍼맨’ 구실을 하는 보조기둥 2개를 숨겨놓았다. 빅루프는 지진 규모 7.0, 순간 최대풍속 65m(초속), 적설량 1m 이상에도 견디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초대형 태풍 등 기상이변이 생기면, 바닥에 숨었던 이 보조기둥 2개가 자동으로 쑥 올라와 4000t짜리 빅루프의 양쪽 끝을 떠받치게 된다.

빅루프 옆엔 허공에 뜬 또다른 지붕도 올려졌다. 4000석짜리 야외극장을 덮는 가로 120m, 세로 65.8m 크기의 ‘스몰루프’다. 그 아래 야외극장 스크린은 가로 24m, 세로 13m의 국내 최대 규모로 영화제 개·폐막작이 상영된다. 영화제 기간 관객들은 비프힐 쪽에서 걸어 들어와 스크린에서 12~60m 떨어진 객석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곡선이 물결치는 외양의 빅루프와 스몰루프 아래쪽엔 전구 12만여개로 이뤄진 발광다이오드(LED)판 부착 공사가 거의 끝난 상태였다. 완공 전이지만, 매일 저녁 4시간 정도 형형색색 불을 밝히고 있다. 전력은 루프 위 태양 전지판에서 공급한다. 신 팀장은 “영화의 전당은 건물을 감춰놓기보다는 현무암으로 된 광장 자체를 들어올렸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건축물이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건축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부산에 세계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높은 건축 아이콘이 던져졌으니 주변 토양을 일궈서 살찌우는 것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함께 건물을 둘러본 건축가 김승남씨의 충고였다.

부산/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