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선데이’(1926)
ⓒ더 필립스 컬렉션, 워싱턴 디시
국립신미술관 ‘필립스컬렉션’전
에드워드 호퍼·폴락 등 작품 선봬
에드워드 호퍼·폴락 등 작품 선봬
올가을 일본 도쿄 미술계에서는 20세기 초 미국 근현대 미술 대가들의 ‘숨은 명작’ 컬렉션 전시가 화제다.
최근 도쿄의 새 미술 중심지로 떠오른 도심 롯폰기의 국립신미술관은 지난 28일부터 미국의 미술품 명가 필립스 컬렉션의 낯선 회화 명품 110점을 추린 ‘모던아트, 아메리칸-주옥의 필립스컬렉션’이란 제목의 특별전(12월12일까지, american2011.jp/)을 시작했다. 유럽 미술 영향을 받으면서도 20세기 초 산업화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독자적인 작품 흐름을 펼쳐나간 미국 근현대 미술의 시기별, 유형별 특징들을 보여주는 자리로,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대가들의 수작이 상당수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필립스컬렉션은 미술평론가로 활동한 던컨 필립스와 그의 부인 마저리 필립스가 1920년 자신들이 모은 회화 237점을 자택에서 전시하면서 문을 열었다. 현재 르누아르의 <뱃놀이하는 사람들의 점심> 등 르네상스 시대 이래 서구 회화 작품을 중심으로 약 3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28일 찾은 미술관 1층 전시실에는 에드워드 힉스, 제임스 휘슬러, 조지아 오키프, 에드워드 호퍼, 잭슨 폴락, 마크 로스코 등 19세기 중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활약한 미국 근현대 미술가들의 회화 작품이 10개 섹션으로 묶여 선보이는 중이었다. 각각의 섹션은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인상주의, 자연과 추상, 모던 라이프, 추상표현주의 등 서구 미술사조의 흐름 중심으로 나뉘어졌다.
에드워드 힉스의 <평화의 왕국>,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의 <릴리언 양> 등이 내걸린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섹션이 전시의 문을 연다. 자연과 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후기 인상주의 화가 모리스 프렌더개스트의 <판타지> 등은 ‘인상주의’ 섹션에, 존 마린, 록웰 켄트 등 미국 자연을 표현한 화가들의 작품과, 조지아 오키프의 <낙엽의 패턴>, <란초스 교회> 등 4개 작품은 ‘자연과 추상’이라는 섹션에 포함되어 있다. 전시의 허리 격인 ‘모던 라이프’ ‘도시’ 섹션에는 20세기 초반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변해가는 미국 도시의 쓸쓸한 풍경과 고독해 보이는 사람들을 표현한 작품들이 내걸렸다. 에드워드 호퍼의 <일요일>, <도시로의 접근>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주민들의 삶을 그린 제이컵 로런스의 <이민> 연작 등은 ‘기억과 정체성’ 섹션을 수놓고 있다. 잭슨 폴락의 <구성>, 마크 로스코의 <무제> 등 20세기 중반 추상표현주의 거장의 작품들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2007년 설립된 국립신미술관은 일본의 건축거장 구로카와 기쇼가 설계한 물결 같은 유리 외벽과 원뿔형 출입구 등 독특하고 우아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주변 산토리미술관, 모리미술관과 함께 새로운 ‘아트 트라이앵글’(예술삼각지대)을 형성하고 있다. 세 미술관 가운데 한 곳의 입장권을 사면, 다른 미술관 입장료가 할인된다.
도쿄/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도판 도쿄국립신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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