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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정치적이면서 철학적인 미감”
이용백, 베이징서도 통했다

등록 2011-09-29 20:18수정 2011-09-29 22:30

이용백 작가가 24일 중국 베이징 핀갤러리의 전시장 들머리에 설치된 그의 작품 <엔젤-솔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용백 작가가 24일 중국 베이징 핀갤러리의 전시장 들머리에 설치된 그의 작품 <엔젤-솔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이후 첫 개인전
다산쯔 거리 ‘핀갤러리’에서
‘앤젤-솔저’ 설치작품 등 선봬
“현대사회 문제점 힘있게 전달”
최근 세계 최대 미술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베이징 북쪽 798 예술지구 다산쯔 거리. 2002년부터 중국의 가난한 예술가들이 몰락한 전자공업 공장지역에 들어가 공방과 화랑 등을 꾸리면서 ‘베이징의 소호’로 탈바꿈시킨 예술특구이다.

230여개의 크고 작은 갤러리와 카페 등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지난 24일부터 베이징 예술계의 주요 아트페스티벌인 ‘798 예술제’가 시작됐다. 미국의 명문화랑 페이스갤러리와 벨기에 유시시에이(UCCA)갤러리, 중국의 핀갤러리 등 다국적 대형 화랑들이 늘어선 중심가는 세계 각국에서 온 컬렉터들과 미술관 관계자들로 북적거렸다.

지난 24일 오후 2300㎡ 규모의 현대미술 화랑인 다산쯔의 핀갤러리에서 올해 베네치아(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인 미디어아티스트 이용백(45)씨의 개인전 ‘신 천사’가 열렸다. 지난 4월 개관한 핀갤러리는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한국관 커미셔너 윤재갑(43) 큐레이터가 기획한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의 중견작가 그룹전 ‘나쁜 전시’로 화제를 모았던 곳. 개관 5개월 만에 차린 첫 개인전 작가로 초대된 이씨는 1989년 데뷔 뒤 그림과 사진, 조각, 비디오, 음향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치와 사회, 인간, 미래 등을 이야기해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은 뒤 그가 벌인 첫 외국 전시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들머리에 들어서자 사방 벽과 천장에 수많은 인조꽃과 사이사이 꽃으로 위장한 무장 군인들이 매달린 설치미술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이씨가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르몽드>, <뉴욕 타임스>, <비비시> 등 외국 언론으로부터 극찬받았던 <앤젤-솔저>다. 비엔날레에서는 그림과 영상으로 선보였던 작품을 처음 설치작품으로 옮겼다. 겉으로는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풍경이지만 그 이면에는 전쟁의 팽팽한 긴장감이 엿보인다.

이용백 작가의 <피에타> 3부작 중 <디스 이즈 아트>. ‘자기 증오’를 표현한 조형물과 영어 글자 모양의 낙인들을 결합시켜 현대미술을 풍자한 설치작품이다.
이용백 작가의 <피에타> 3부작 중 <디스 이즈 아트>. ‘자기 증오’를 표현한 조형물과 영어 글자 모양의 낙인들을 결합시켜 현대미술을 풍자한 설치작품이다.
그 안쪽에 놓인 작품들도 눈을 끌었다. 작가의 또다른 역작인 <피에타> 시리즈의 ‘자기 연민’, ‘자기 증오’, ‘자기 사랑’ 3부작. 성모 마리아가 무릎에 놓인 예수의 주검을 비감하게 내려다보는 르네상스 조각의 명작 <피에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자기 증오’를 차용한 <디스 이즈 아트> 작품이 평가가 높았다. 인형이 자신의 모체(거푸집)를 학대하는 ‘자기 증오’라는 작품 주위에 영어 글자 ‘디스 이즈 아트’의 각 글자를 새긴 낙인용 기구들을 늘어놓은 이 조형물은 점점 규격화되어가는 현대 미술을 풍자한다. 이 작가는 “예술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인데 ‘어떠한 예술’이라고 낙인찍어버리면 축소되어 버린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다른 신작 <문화 벽>은 하얀 말이 금박의 눈가리개를 한 채 휴전선을 상징하는 철조망과 인조잔디 벽 샛길을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 조각 설치물. 온갖 사회적 모순과 문제는 도외시한 채 돈만 보고 달려가는 지금 아시아 현실을 꼬집는 작품이다. 관람객이 화면 앞에 서면 강렬한 파열음과 함께 거울이 깨지는 듯한 이미지를 만드는 미디어 설치 작품 <깨어진 거울>과 가짜가 진짜보다 더 횡행하는 세상을 풍자한 <플라스틱 물고기> 등에도 발길들이 이어졌다. 전시를 돌아본 독일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미술관의 그레고어 얀젠 관장은 “현대인의 정체성과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다양하게, 힘있게 전달한다. 그의 작품은 정치적이면서도 철학적”이라고 평했다. 이용백씨의 전시는 11월20일까지 열린다.

베이징/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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