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남자의 자격>으로 이름을 알린 선우(사진 가운데)
연극 ‘신의 아그네스’
수녀원 영아 살해사건 다뤄
윤소정 12년만에 의사로 출연
수녀원 영아 살해사건 다뤄
윤소정 12년만에 의사로 출연
수녀원에서 일어난 영아 살해 사건. 이 충격적 소재를 다루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가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 1일부터 서울 동숭동 피엠시(PMC)대학로자유극장에서 공연중인 <신의 아그네스>는 1983년 초연 당시 10달 동안 공연을 이어가며 최다 관객을 모았던 화제작. 초연의 성공에 힘입어 그 뒤에도 박정자, 손숙 등 연극계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며 꾸준히 인기를 누렸다.
초연 당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정신과 의사 ‘리빙스턴’ 박사를 연기한 윤소정(67)이 이번에도 같은 역으로 출연해 극의 중심추 구실을 한다. 99년에도 리빙스턴 박사를 연기한 윤소정에게는 이번이 세번째, 12년 만의 출연이다. 윤소정은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는 역이 있어서 감사하다”며 “똑같은 책도 어릴 때와 나이가 들어서 읽을 때의 느낌이 차이가 나는 것처럼, 역이 특별히 달라진 건 아니지만 대사들이 새롭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의 희곡 작가 존 필마이어가 쓴 <신의 아그네스>에는 수녀원에서 아이를 낳고 죽게 한 21살의 젊은 수녀 ‘아그네스’와 그의 정신 감정을 위해 수녀원을 찾았다가 사건의 복잡함에 혼란스러워하는 리빙스턴, 모든 것을 기적이란 말로 덮으려 하는 원장 수녀 ‘미리엄’이 등장한다. 세 사람의 격한 대립과, 극의 후반부 ‘진실’에 접근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게 되는 모습을 그린다.
윤소정은 2시간 공연 내내 줄담배를 피우면서 예민하면서도 사람을 이해하려 하는 박사의 모습을 표현한다. 사건의 중심인물이자, 그동안 윤석화, 김혜수, 신애라 등이 연기했던 ‘아그네스’ 역에는 한국방송 <남자의 자격>으로 이름을 알린 선우(사진 가운데)가 출연한다. 최근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첫 연극 데뷔 무대다.
이번 무대는 음악극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그네스가 부르는 노래의 비중이 크다. 이미 검증된 선우의 노래 실력을 색다르게 실감할 수 있다. 미리엄 수녀 역은 국립극단 출신의 배우 이승옥이 맡았다.
연출가 이대영은 “기존 무대가 사실주의적인 시각으로 해석된 <신의 아그네스>였다면, 이번에는 그런 시각에서 조금 벗어나 대화의 방법과 형식이 달라졌고, 무대와 의상도 사실주의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30일까지. 1566-5490.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월드쇼마켓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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